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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정보 시집5

by 와정보 2011. 4. 2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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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위스키 한 잔에
음악이 흐르고

느린 추억으로
눈을 감으면

 

그녀의 허리 같은
색소폰 소리가

지난날을 데려와
내 눈을 젖게 하네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이스크림처럼 코끝을 치는 바람이 좋아

부끄럼 탄 앙가슴 여미게 할 바람도 좋아

누구라 말해주지 않는 인생 바람에 취해

깊게 깊게 그저 끌려만 가고 싶은 가을 


엷은 고동색 털실 목도리 휘청 두르고

어느새 낙엽 한 장 얹어놓은 센티멘털이

주인 없는 커피 향 짙은 갈색 탁자에 묻어

굽이 도는 물길 따라 바람 부는 거기로 

 

인생 나이처럼 떨어지는 낙엽 밟으며

이 가을 그 속으로 내동댕이치고 싶다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그런데 남들이 추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추고 싶어요


도덕과 시선은 늘 내게

맹자처럼 나무라기도 하지만

젊음에 끌려 그런 건가요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그런데 남들이 추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추고 싶어요

 

 

 

 

 

 

 

 

 

 

옹달샘 



살 돋을 핏줄 따라

생명 발아 솟는 구멍

가도 그만 끝도 없이

어머니 찾아가나




 

 

 

 

 

 

 

 

 


40년만의 동기동창



까까머리 녀석들이 살던 육십 년대는

마른버짐 초췌하고 초라했을지언정

맑은 보석 두 눈만은 초롱 했었지


지나치다 밟혔다고 싸웠을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사십 년 전 내 친구였었다니

반가워 웃을까 허무한 지난 세월


만나도 모를 거야 그 얼만가 과거지사

허허로울 갈대 닮은 초로 신사 흰머리에

아무렴 모르겠지 올챙이 적 그 모습을













오프라인 모임



쉽게 가까워지는

곱셈표(><)처럼

만나고는 다시

멀어지는 사람보다는


평행선(=) 같이

비록 합하진 못해도

기찻길처럼 멀리 같이 갈

그런 이가 그리워














일기, 어제의 외출



돌아서 저린 가슴
담아 둔 말 한 마디 목에 걸려
쉰 목소리 되어 입을 막았다

몇 년 만인가
지나쳤던 운동 탓인가

단순한 몸살인가
비 오듯 땀 흘린 내 몰골이 휑하다

그래도
쾌유하라는 동호회 회원들의 댓글이 고마워
바람 쐴 겸 모임엘 갔었다

약 기운으로 위장된 모습을 보이느라
좀 허풍을 떨었고
즐거운 척 남의 말을 막은 것이
맘에 걸렸다
지친 내 모습은 더욱 싫었다

늘 그렇듯
즐거운 시간 앞에선
무게보다는 좀은 가벼움이
오히려 주변을 편케 할 거라는 믿음으로
오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후회스럽다

색종이 같은 이성들 앞에
몸과 맘이 다른
또 다른 내 눈매가 싫어 눈을 깔았다
그걸 난 겸손이라며 위안 삼았다

머리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무릎에 곤두박질했다

다시 일요일 하루
장마 같은 땀을 쏟고 나서야 몸이 가벼워 졌다


사람들이 그립다




 

 

 

 

 

 

 





는개 날리는 오후



흐르르


종이 바람

옷깃에 묻어

희미하게

과거 날리는 오후


돌아 간 연정도

습자지처럼

보일 듯

엷기만 하다














쓸쓸한 초겨울




갈대 묻은 바람이
잘 빗어 논 머릿결을 치더니 
지게꾼 어깨 같은 가슴에 파고든다
여름내 쳐 먹은 식초마냥 코끝이 시다
초겨울 홀앗이 미운 계절

작년인가
손목에 든 바람이 나가질 않아
먹는 나이를 실감했던 겨울 목
이제 다시 또 그 겨울

이미 심사 틀어져 외로 꼬여진 고개
늘 청년 같던 은행잎은 이미 휑한데
푸른색 구멍 뚫린 하늘만 보고도
괜한 미소 짓는 철부지 신부가 더 밉다

그래
소주 한 잔
나뭇결 짙은 밤색 탁자 코트 깃 세운 밤
얌전하게 놓인 수저 한 벌과 술국
그리고 그 속에 띄워질

토란 같은 상상의 해후




 

 

 











고속도로에서 긴 야간 차량 행렬을 보며

 

 

질 속을 달려가는

정충의 무리 같이

끝도 없이 달려가는

두 눈 불끈 저것들은 

제 짝을 찾아가듯

어디로 가는 걸까


할미꽃 줄을 세운 

고속도로 따라서

가고 또 가다보면

그리운 이 만날까

맞춤 복 몸에 맞는

달팽이 집 있을까




 

 

 

 

 

 

 

 

벌써 난방보일러를 켰다



지난여름엔

겨울이 돌아오면

보일러 안 켜고 지내 볼 거야

그래서 

치솟는 가스 값에 저항하고

환경에 한 몫하며 살겠다던 혼잣말은

겨울 전에 이미 들은 귀 없다 하고

가을에 벌써 보일럴 켠다



 

 

 

 

 

 

 

 



집은 늘 왜 서둘러 오게 되지?



다 왔느냐고

숨이 찬 허파가

집으로 향하는 눈에게 묻는다


심장이 대신 쿵쾅 화를 내며 대꾸하자

미간이 따라 심술을 부린다


집 앞에 이르러

발이 괜히 바쁜 척을 해대자

그제야 마음이

느긋한 척 진정들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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