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위스키 한 잔에
음악이 흐르고
느린 추억으로
눈을 감으면
그녀의 허리 같은
색소폰 소리가
지난날을 데려와
내 눈을 젖게 하네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이스크림처럼 코끝을 치는 바람이 좋아
부끄럼 탄 앙가슴 여미게 할 바람도 좋아
누구라 말해주지 않는 인생 바람에 취해
깊게 깊게 그저 끌려만 가고 싶은 가을
엷은 고동색 털실 목도리 휘청 두르고
어느새 낙엽 한 장 얹어놓은 센티멘털이
주인 없는 커피 향 짙은 갈색 탁자에 묻어
굽이 도는 물길 따라 바람 부는 거기로
인생 나이처럼 떨어지는 낙엽 밟으며
이 가을 그 속으로 내동댕이치고 싶다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그런데 남들이 추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추고 싶어요
도덕과 시선은 늘 내게
맹자처럼 나무라기도 하지만
젊음에 끌려 그런 건가요
나는 춤을 출 줄 몰라요
그런데 남들이 추는 것을 보면
나도 따라 추고 싶어요
옹달샘
살 돋을 핏줄 따라
생명 발아 솟는 구멍
가도 그만 끝도 없이
어머니 찾아가나
40년만의 동기동창
까까머리 녀석들이 살던 육십 년대는
마른버짐 초췌하고 초라했을지언정
맑은 보석 두 눈만은 초롱 했었지
지나치다 밟혔다고 싸웠을 그 사람이
알고 보니 사십 년 전 내 친구였었다니
반가워 웃을까 허무한 지난 세월
만나도 모를 거야 그 얼만가 과거지사
허허로울 갈대 닮은 초로 신사 흰머리에
아무렴 모르겠지 올챙이 적 그 모습을
오프라인 모임
쉽게 가까워지는
곱셈표(><)처럼
만나고는 다시
멀어지는 사람보다는
평행선(=) 같이
비록 합하진 못해도
기찻길처럼 멀리 같이 갈
그런 이가 그리워
일기, 어제의 외출
돌아서 저린 가슴
담아 둔 말 한 마디 목에 걸려
쉰 목소리 되어 입을 막았다
몇 년 만인가
지나쳤던 운동 탓인가
단순한 몸살인가
비 오듯 땀 흘린 내 몰골이 휑하다
그래도
쾌유하라는 동호회 회원들의 댓글이 고마워
바람 쐴 겸 모임엘 갔었다
약 기운으로 위장된 모습을 보이느라
좀 허풍을 떨었고
즐거운 척 남의 말을 막은 것이
맘에 걸렸다
지친 내 모습은 더욱 싫었다
늘 그렇듯
즐거운 시간 앞에선
무게보다는 좀은 가벼움이
오히려 주변을 편케 할 거라는 믿음으로
오버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후회스럽다
색종이 같은 이성들 앞에
몸과 맘이 다른
또 다른 내 눈매가 싫어 눈을 깔았다
그걸 난 겸손이라며 위안 삼았다
머리가 나락으로 떨어지며
무릎에 곤두박질했다
다시 일요일 하루
장마 같은 땀을 쏟고 나서야 몸이 가벼워 졌다
또
사람들이 그립다
는개 날리는 오후
흐르르
종이 바람
옷깃에 묻어
희미하게
과거 날리는 오후
돌아 간 연정도
습자지처럼
보일 듯
엷기만 하다
쓸쓸한 초겨울
획
갈대 묻은 바람이
잘 빗어 논 머릿결을 치더니
지게꾼 어깨 같은 가슴에 파고든다
여름내 쳐 먹은 식초마냥 코끝이 시다
초겨울 홀앗이 미운 계절
작년인가
손목에 든 바람이 나가질 않아
먹는 나이를 실감했던 겨울 목
이제 다시 또 그 겨울
이미 심사 틀어져 외로 꼬여진 고개
늘 청년 같던 은행잎은 이미 휑한데
푸른색 구멍 뚫린 하늘만 보고도
괜한 미소 짓는 철부지 신부가 더 밉다
그래
소주 한 잔
나뭇결 짙은 밤색 탁자 코트 깃 세운 밤
얌전하게 놓인 수저 한 벌과 술국
그리고 그 속에 띄워질
토란 같은 상상의 해후
고속도로에서 긴 야간 차량 행렬을 보며
질 속을 달려가는
정충의 무리 같이
끝도 없이 달려가는
두 눈 불끈 저것들은
제 짝을 찾아가듯
어디로 가는 걸까
할미꽃 줄을 세운
고속도로 따라서
가고 또 가다보면
그리운 이 만날까
맞춤 복 몸에 맞는
달팽이 집 있을까
벌써 난방보일러를 켰다
지난여름엔
겨울이 돌아오면
보일러 안 켜고 지내 볼 거야
그래서
치솟는 가스 값에 저항하고
환경에 한 몫하며 살겠다던 혼잣말은
겨울 전에 이미 들은 귀 없다 하고
가을에 벌써 보일럴 켠다
집은 늘 왜 서둘러 오게 되지?
다 왔느냐고
숨이 찬 허파가
집으로 향하는 눈에게 묻는다
심장이 대신 쿵쾅 화를 내며 대꾸하자
미간이 따라 심술을 부린다
집 앞에 이르러
발이 괜히 바쁜 척을 해대자
그제야 마음이
느긋한 척 진정들 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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