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꿈꾸지 마라
애벌레 흉한 모습을 모르면서
화려한 나비를 동경하지 마라
맹목적인 부러움은 그저 허상
빛나는 그 자리가 있기까지
감춰진 고통은 보지 못하는
환희의 표정은 일부분인 것
힘겨운 우화羽化를 이겨 내고
짧게 비상했던 나비는 다시
원래의 애벌레로 돌아갈지니
면도
살 위로
스케이트가 간다
잔디 깍은
새 자국처럼
벌목한
민둥산이 매끄러워
더 오똑해 진 코가
인왕산 되니
거울이 쨍
한성의 터처럼
만족한 소리를 낸다
컴퓨터 마우스
쥐새끼가 내 손에 잡혀 있다
갈 곳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놈이다
불쌍하지만 동정은 없다
아는 건 많은 녀석이니까
두들겨 패듯 쳐대던 시대에서
클릭으로의 전환이 새 밀레니엄
백과사전이 책장에 꽂혀 있듯이
이미 박사다
하지만 넌 내 손안을 벗어나지 못해
내 손가락이 그 운명을 잡았다
백 년도 살지 못할 운명임은 내 이미 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미래엔 또 어떤 동물이 태어날지
애지중지 하다가도 버려지는 유행복처럼
네 미래가 미리 처량타
발아發芽
꾹꾹
단감을 먹다가 뱉어 논 씨앗
어찌나 진지하게 생겼는지
빈 화분에 눌러 놓았던 것이
한 달쯤 지났을까
애기 손 같은 푸른 싹이
세상 궁금한 지
얼굴을 내밀었다
그로부터 두 달
얼룩송아지 제 어미 닮은 듯
제법 어른 감나무 잎을 흉내 내었다
주렁주렁 감 열매는 희망뿐일까
이천육 월드컵
별들이 대한민국에 모였다
이 대 일
전국이 들떴다
2006년 6월 13일 밤이 폭죽처럼 빛났다
한 골로 지고 있던 우리
이천수의 발이 네트를 흔들고
안정환의 킥이 마침내
토고를 눌러 이겼다
전 국민이 환호 했다
남녀를 넘어
노소를 떠나
종교마저 잊은 밤
붉은 색 그들은 소리쳤다
하나같이 소리쳤다
대~ 한민국
나뭇잎에 떨어지는 봄비
토닥토닥
개구리 같은 물방울이
사춘기 파란 잎을 때린다
아파하기는커녕
송글송글 애교 떨며
나뭇잎은 물 화장을 바른다
어떤 재주
손을 떨지 않는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고
말을 더듬지 않는 사람은
웅변을 잘 하지
생각 많은 사람은
글을 잘 써
넌 어떤 재주를 가졌니?
아바보는 싫어
바보가 없는 세상은
좋은 듯 보여
자기 손해는 모르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바보는 순수해
그 바보라 자처하며
순수를 가장
남을 걸어 넘어뜨리는
비열한 아바보는 싫어
일기 6년 4월 13일(외교 마찰 빚는 일본 교과서)
늘 쓰는
자기 글에 대한 해석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
그래서 글 평은
남이 해야 바른 해석이 나와
자국의 교과서 역시
다른 나라의 평이 올바른 것
주당 酒黨
내 엉덩인
솜인가 봐
술만
들어가면
무거워져
바렌타인데이 초콜릿이 내게는
선탠으로 몸을 태운
검붉은 초콜릿이
코를 빨갛게 만들었다
화장으로 찍어 발라
루돌프사슴코를 만든 게 아니다
초콜릿을
먹기만 하면 생기는 염증 때문이다
전엔 그저 여드름이려니 했었다
우연히 코에 난 것이려니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야 확실히 알았다
초콜릿이 내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별 반갑지 않은 과자다
돌아서 찢어버린
오래 전 첫사랑 편지의
아렸던 아픔인 것처럼
내 친구 목련나무
내 방 창문을 열면
거기엔 늘 친구가 하나 서 있습니다
그 친군 내게 늘 많은 걸 전해 줍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몸을 흔들고
비가 오는 날이면 후두둑 소리를 내줍니다
푸른 옷을 입으면 여름이지만
그 옷을 벗으면 겨울입니다
이 친구가 특히나 초봄엔 글쎄
여자아이 머리 리본 같은
흰 꽃을 달고 나를 쳐다도 봅니다
짹짹
뒤쫓는 어린아이같이 장난치며 노는 참새에게는
부수수
흔들어 장난도 맞받아칩니다
화분이라야 난초 몇 개밖에 없는 내 방 탁함을 아는지
맑은 공기를 뿜어 키스로 날려 들여보내 주기도 합니다
오늘 날씨는
투명한 연둣빛으로 화창하다며
오종종한 아기 손바닥 같은 이파릴 뻗어
내게 손짓도 해 줍니다
밖이 더 좋다고
제 3장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다 (0) | 2011.04.28 |
---|---|
제 4장 개똥철학 (0) | 2011.04.28 |
면도 (0) | 2010.01.23 |
고양이가 준 메세지 (0) | 2010.01.23 |
자랑하지 마 (0) | 201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