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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나비를 꿈꾸지 마라

정보 시집5

by 와정보 2011. 4. 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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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꿈꾸지 마라


     

애벌레 흉한 모습을 모르면서

화려한 나비를 동경하지 마라

맹목적인 부러움은 그저 허상

     

빛나는 그 자리가 있기까지

감춰진 고통은 보지 못하는

환희의 표정은 일부분인 것 


힘겨운 우화羽化를 이겨 내고 

짧게 비상했던 나비는 다시

원래의 애벌레로 돌아갈지니


 

 

 

 

 

 

 

 

 

 




면도


살 위로
스케이트가 간다 
잔디 깍은

새 자국처럼 

벌목한
민둥산이 매끄러워
더 오똑해 진 코가
인왕산 되니 

거울이 쨍

한성의 터처럼
만족한 소리를 낸다


 

 

 

 

 

 

 

 

 

 

 

 


컴퓨터 마우스



쥐새끼가 내 손에 잡혀 있다
갈 곳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는 놈이다
불쌍하지만 동정은 없다
아는 건 많은 녀석이니까

두들겨 패듯 쳐대던 시대에서
클릭으로의 전환이 새 밀레니엄
백과사전이 책장에 꽂혀 있듯이
이미 박사다
하지만 넌 내 손안을 벗어나지 못해
내 손가락이 그 운명을 잡았다

백 년도 살지 못할 운명임은 내 이미 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미래엔 또 어떤 동물이 태어날지
애지중지 하다가도 버려지는 유행복처럼

네 미래가 미리 처량타














발아發芽 



꾹꾹


단감을 먹다가 뱉어 논 씨앗

어찌나 진지하게 생겼는지

빈 화분에 눌러 놓았던 것이


한 달쯤 지났을까

애기 손 같은 푸른 싹이

세상 궁금한 지

얼굴을 내밀었다


그로부터 두 달

얼룩송아지 제 어미 닮은 듯

제법 어른 감나무 잎을 흉내 내었다

주렁주렁 감 열매는 희망뿐일까















이천육 월드컵



별들이 대한민국에 모였다

이 대 일

전국이 들떴다

2006년 6월 13일 밤이 폭죽처럼 빛났다


한 골로 지고 있던 우리

이천수의 발이 네트를 흔들고

안정환의 킥이 마침내

토고를 눌러 이겼다


전 국민이 환호 했다

남녀를 넘어

노소를 떠나

종교마저 잊은 밤

붉은 색 그들은 소리쳤다

하나같이 소리쳤다


대~ 한민국



 

 

 

 

 

 

 

 

 




나뭇잎에 떨어지는 봄비



토닥토닥

개구리 같은 물방울이

사춘기 파란 잎을 때린다


아파하기는커녕

송글송글 애교 떨며

나뭇잎은 물 화장을 바른다



 

 

 

 

 

 

 

 




어떤 재주



손을 떨지 않는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고


말을 더듬지 않는 사람은

웅변을 잘 하지


생각 많은 사람은

글을 잘 써


넌 어떤 재주를 가졌니?



 

 

 

 

 

 

 

 

 

 

 



아바보는 싫어



바보가 없는 세상은

좋은 듯 보여


자기 손해는 모르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바보는 순수해


그 바보라 자처하며

순수를 가장

남을 걸어 넘어뜨리는

비열한 아바보는 싫어



 

 

 

 

 

 

 

 

 

일기 6년 4월 13일(외교 마찰 빚는 일본 교과서)



늘 쓰는

자기 글에 대한 해석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것


그래서 글 평은

남이 해야 바른 해석이 나와

 

자국의 교과서 역시

다른 나라의 평이 올바른 것



 

 

 

 

 

 

 

 





주당 酒黨


내 엉덩인
솜인가 봐

술만
들어가면

무거워져



 

 

 

 

 

 

 

 

 






바렌타인데이 초콜릿이 내게는


선탠으로 몸을 태운 

검붉은 초콜릿이

코를 빨갛게 만들었다


화장으로 찍어 발라

루돌프사슴코를 만든 게 아니다

초콜릿을 

먹기만 하면 생기는 염증 때문이다


전엔 그저 여드름이려니 했었다

우연히 코에 난 것이려니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야 확실히 알았다


초콜릿이 내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별 반갑지 않은 과자다

 

돌아서 찢어버린

오래 전 첫사랑 편지의

아렸던 아픔인 것처럼




 












내 친구 목련나무

 


내 방 창문을 열면
거기엔 늘 친구가 하나 서 있습니다

그 친군 내게 늘 많은 걸 전해 줍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몸을 흔들고
비가 오는 날이면 후두둑 소리를 내줍니다

푸른 옷을 입으면 여름이지만
그 옷을 벗으면 겨울입니다


이 친구가 특히나 초봄엔 글쎄
여자아이 머리 리본 같은
흰 꽃을 달고 나를 쳐다도 봅니다

 

짹짹
뒤쫓는 어린아이같이 장난치며 노는 참새에게는
부수수
흔들어 장난도 맞받아칩니다

 

화분이라야 난초 몇 개밖에 없는 내 방 탁함을 아는지
맑은 공기를 뿜어 키스로 날려 들여보내 주기도 합니다

 

오늘 날씨는
투명한 연둣빛으로 화창하다며
오종종한 아기 손바닥 같은 이파릴 뻗어
내게 손짓도 해 줍니다
밖이 더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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