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벌레가 무서워

수필, 산문, 일기, 기타

by 와정보 2005. 9. 6. 14:19

본문

차 안에 거미가 있어 무척 놀랐다는 글을 읽고

해질 무렵 처마끝에 앉아 하늘의 공간을 화면 삼아
거미가 가로실 세로실로 그물을 짓던 모습을
한동안 넋을 잃고 보던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에 동네 아이들과 잠자릴 잡으러 가려면
우선, 기다란 대나무를 구해 그 끝에 철사를 농구공 만한 크기로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꽁꽁 붙들어 매고는, 망도 씌우지 않은 채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처마끝을 찾아 다녔다.
'지금에야 천이고, 망사고 많은 때지만
그 때야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집 구석에 보면 여지없이 다각 모양의 세숫대야 만한
거미그물에는 엄지 손가락 마디 만한 거미가 한 복판에
복병의 자세로 움크린 채 있었지..

그 거미줄에 대는 순간 이미 큰 물체를 간파한 거미는
벌써 타잔이 되어 급강하 하기에
그 거밀 떼어낼 필요도 없이 이미 만들어 논 둥그런 철사로
그물을 납삭 떠내면 이미 훌륭한 잠자리채는 되어있는 것이었었다.

그건 신기하게 정말 잘도 붙었다.
실잠자리, 고추잠자리는 물론 말잠자리까지, 심지어는 꽁지 물고가는
짝짓는 쌍쌍 잠자리까지.. 어느 것이든 휘두르는 대로
백발백중 잠자리는 거기에 자석처럼 붙었다.
사용을 많이 해서 그 끈기가 덜해지면 또 거미줄을 떠오고...
꼬작지근 했던 그 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희희낙낙 제 세상이 되고...

헌데 요즘, 운전을 하고 가다보면 가끔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온통 신경을 쓰이게 하는 일이 생긴다. 어찌 들어왔는지
불청객 파리가 이리저리 눈을 사팔로 만든다.
체면상 점잖게 창문을 내려 나가라 치면,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나갔나?' 하고 다시 문을 올려 닫으면
숨박꼭질하는 아이 마냥 '나 요깃지~ ' 하듯 약을 올린다.
체면이고 뭐고 한 마리 파릴 놓고 조자룡 창칼 쓰듯 양 팔을
휘둘러 대도 허사로 끝난다.
이때 생각 나는 것이 위의 거미그물 바로 그것이다. 

좋은 벌이를 놓친 것 같네요...
그 거밀, 조수대에 그냥 집짓게 만들어 놓았다가
파리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그 집을 분양(?)했으면 돈 버는 건데 말예요~
분양을 하고도 그 거민, 또 집을 지을 테고..... ~

정보...

'수필, 산문, 일기,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신히 죽음을 피하고(군대에서 폭파..)  (0) 2005.09.22
시라는 것이  (0) 2005.09.15
IMF 때  (0) 2005.09.01
회상, 모래시계  (0) 2005.08.16
비하  (0) 2005.08.12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