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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인생

정보 칼럼 1

by 와정보 2005. 8. 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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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 났 다! 

내가 어려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이유중의 하나는,
학생에서만 벗어나면 그 때부터는 공부에서 아주 끝나게 될 것이라는
즉, 시험에서 해방될 거라는 오로지 단순한 생각 뿐에서 였다.

그러나 그 꿈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 것 같던 군대에서부터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군대!
아니, 학교도 아닌 곳이, 그것도 직업 군인인 장교, 부사관도 아니게

영장 받아서 들어간 사병이,
총들고 몸으로 때우기만 하면 그만이려니 한 대한민국 육군 사병에게
왜 개뼉다구같은 시험이 따라다니느냐는 말이다.

하긴 나는 논산에서 재수 없게(?)도
4개월 훈련을 받으면 바로 병장 계급을 수여 받는
분대장 후보생 반(당시 하사관 학교)로 차출되었으니...

몸은 피곤해도 시험없는 세상은 그래도 살만 하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했던 군대에서까지 웬놈의 학교?

내가 제대 후쯤 바로 없어졌다는 그 제도는,
내 입대 당시에는 만만치 않기로 소문난 고된 교육훈련 부대였던 것이다.

그 교육생 훈련이 끝나기 며칠 전 한 밤중,
피곤에 빠져 자고 있는 나를 불침번이 깨웠다.

연일 이어지는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도
짬만 나면 머리 터지도록 외우고 또 외워야 했던,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별볼일 없던 군사 문제들인데...
쫙 펼친 신문지 반 만한 시험지가 전부 백지로 보였을 만큼의
여백 투성이였던 그 문제들은, 훈련받으며 그 동안 외운 것들을
쓰라는 군대식 암기 시험이었다.
그런 시험이 며칠 전 끝난 기간이라 정말로 편한 잠에 빠져있을
때였던 것이었다. 그러니 그 깨우는 불침번 녀석이 죽이고 싶도록
밉기도 했지만 그 당시의 군기는 나를 이유불문하고 총알같이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었다.
중대장 실로 가 보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차렷을 하면, 양 가슴을 내밀고 어깨 뒤쪽 어깻죽지
양쪽 뼈들을 서로 붙여 그 사이에 볼펜을 끼워도 떨어지지 않을
그런 자세를 요구했으므로, 나는 중대장 실로 뛰어들어가 차려
자세로 거기에 있던 구대장에게 관등성명을 복창하고 나서 보니
나와 같은 후보생 세 명이 금방 온 듯한 자세로 서 있었다.
구대장은 그런 우리에게 편히 쉬라고 하면서,
이번 교육이 끝나는 수료식에서 메달을 수여하는데
그간의 모든 훈련을 종합하고 이번 시험을 합한 결과 너희 네 명
중에서 1,2,3등이 나올 것 같은데 시험들 잘 봤느냐고 했다.
전체 후보생이 약 이삼백 명 정도였던 것 같다.

정말로, 별 둘을 어깨에 단 소장이 수여한 수료식에서 그 때
중대장 실에 불려갔었던 동기 세 명중 나만 빠지고 다들 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스운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될 줄 사전에 알았더라면 별볼일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만 더 공부에 임할 껄 하는 후회가 없지
않았었다. 그것은 메달을 탄 그들과 내가 몇 점의 차이가 났었는지
는 모르겠지만, 그 3등과 4등의 메달과 노 메달이 갖는 후일의
추억은 아마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임을 아쉬워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학교를 벗어나서도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는
그 시험의 징그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때는 아마도
예비군 훈련이 끝날 때쯤에나 가능하리라는 추측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 당시 일반예비군이 된다는 생각이 내게는
아주 멀리 있는 미래의 시간으로 생각되었기에 그랬다. 더욱이
예비군이 끝날 나이라면, 지구 저편에나 있을, 그야말로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시간일 것이므로 더더욱 내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일반예비군은 물론 민방위도 끝난지 오랜 지금,
나는 아직도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한 젊은 청년으로의
기억을 고집한 채 살아가고 있는데...
과거, 지구저편엔 없을 줄 알았던 그놈의 시험은
없어지기는 커녕 아직도 나를 붙잡아 밤을 새우게 만들고 있으니
이를 어찌할까.....

큰 아이, 작은아이 모두 시험이 끝났다.
시험기간 동안 내내 같이 밤을 반쯤은 끌어 주느라
낮엔 시도때도 없이 졸음이 와
'뭐 이런 놈의 세상이 다 있나!' 를 연발하던 나도,
'와! 시험 끝났다.'를 외치고 있으니 측은한 세상살이다.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는 꽝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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