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엘 보니 스티브 잡스와 내가 생일이 같단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태어났던 해의 음력(陰曆)과 양력(陽曆)도
단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미국이 우리보다 하루 먼저이니 굳이 양력으로 친다 해도
그는 지구 저쪽에서 나는 지구 이쪽에서
정말 같은 날에 태어나긴 했나보다.
그의 얘길 보면 어릴적 가난이 컸던데,
나 역시 그 중요하다는 초등학교 시절,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가족들이 모두 흩어지는 바람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으로 연명하고,
단칸방이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과거가 있었다.
그 추운 겨울에 국민학교 3학년짜리가 왕십리 이모네 집에서
당시 스팀도 없이 꽁꽁 얼었던 전차를 타고
노량진 본동국민학교까지 통학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그렇다고 한 집에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5학년 초엔 소사서 기차 통학을 했었는데
귀갓길에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가 살아난 적도 있었다.
어쩌다가 의부의 도움으로 그나마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생부로부터는 조금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살았던 나와
스티브 역시 생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의부 밑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그와의 초년 운이
꽤나 닮은꼴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 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사실 역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운명을 믿을 순 없지만 긍정하다는 논리를 들어
굳이 내 아는 지식으로 해석하려 든다면
생년월일(生年月日) 중에 월일(月日)은 중년(中年) 운(運)이요
태어난 시(時)는 말년(末年) 운인데
아마도 스티브가 일찍 죽은 걸 봐서는
아침에 태어난 나와 그가 태어난 시(時)가 좀 다른가보다.
또 그를 보면 운동을 하기 싫어했던 데 반하여
난 그나마 어려서부터 운동을 쭉 해온 덕분인지
지금의 건강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세계적인 거부였다. 나와 같이 그 가난했던 소년기를 넘어서면서부터
그의 주특기인 아이디어로 승승장구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사주가 같아서였을까. 나 역시 아이디어 하면 뒤지고 싶지 않게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발상으로
헛 비용에 지불했던 특허건만 해도 네다섯 건이나 되니 그 돈들도 아까웠지만
그러나 그 허무맹랑했던 스펙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리 어리석은 일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적 대부호 스티브는 죽었다.
그러나 태어난 시(時)가 다를 사주의 난 살아있다.
자! 이제부터 스티브에게 없던 나의 말년 운은,
그 끈기와 창조적인 발상의 빛으로 더하여
무한한 세계로 뻗어나가 결실을 보기를
내 생일과 스티브 잡스의 생일에 즈음하여
끊임없는 노력과 더불어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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