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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현대인의 삶

정보 시집4

by 와정보 2011. 4. 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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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바른 화장품이라야

그저 누나 어머니 바르던

로션 같이 찍어 바른 게 전부요


어려서 한 일이라곤

얼굴에 난 여드름 짠 일이 전부였으니


이 나이 되도록 보톡슨커녕

그 흔한 염색 한 번 하지 않고 살았어도

젊다고들 말하는 게

나 잘나 피부 좋은 줄로만 알았던 것에 반하는

조상 덕이란 걸 안 것은

DNA라는 지식을 알고부터지





현대인의 삶



욕심 묻은 전화가

음악소리로 온다


싫고 좋고 할 것 없이

받아들면

선생님 훈계다

 

자기 필요 따라

만나자는 요구에

끌려가는 송아지처럼

코 꿴 대답

 

전화를 끊고야

조롱박을 친다






정 버린 밥상


밥알이 덤벼드는 데모 군중처럼 거칠어
진정시키듯 폭포수로 찬 물을 말았지만
그런 의미로 숟가락에 쏟는 시선이 오히려 섧다

그래도 물 마시는 개처럼 억지를 부려보지만
할 일 없는 환자의 눈길처럼 젓가락질은 느리기만 하다

포기한 바둑기사처럼 수저를 내 던지고 싶은 생각이
여럿이 모여 시끌벅적스럽던 식탁이 새삼 그리워
밥상머리 교육이라며 조용히 먹어야 해라던 말들과
내 뱉어져 사라진 한숨처럼 뜻 없이 묻혀지는데

막된 아이 머리 쓰다듬어주듯이 냉정한 채로
몇 번 더 수저는 완행열차처럼 입으로 오가지만
초라한 무덤 앞에 버려진 제상祭床 같은 식탁은
시간이 가도록 내 눈을 피해 정을 줄 줄을 모른다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스카이라운지 허울 좋은 장소를 빌려

출판사에서 곧 나온 따끈한 시집으로 인사를 한다

일일이 싸인을 넣는 손이 시상詩想처럼 분주하다


여기저기 지인들의 사진 포즈가

인쇄된 글자를 닮듯이 카메라 속에 박힌다

쌓인 상념들은 이미 새벽의 사라진 연무煙霧

 

나를 닮은 술이 내 곁에 오고 가는 속에

보이지 않는 모습은 밟힌 낙엽 되어 서글프다

하긴 내 자랑에 누가 그리 자기 일로 반길쏘냐


큰일을 치루고 나면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된다고

시집詩集은 분 바른 여인처럼 나를 쳐다보건만

내 안의 공허함은 애드벌룬 되어 커져만 있다

 

 

 

 

 

오해 

 

 지푸라기 하나 구별해 내지 못하는 어둠이

검은 고양이처럼 내려앉으면

양 눈은 푸념의 더듬이가 된다

 

구름에 가린 달은

먹지 되어 보이질 않고

눈물 떨어지는 별조차

이미 달아나버린 밤


철망 쳐진 내 가슴도

칠흑뿐인 밤을 원망 한다

그러나

구름은 별을 감추지 않았다

호주머니처럼 내 마음을

감추지 않은 것을 내가 안다







빨랫줄 인생 


줄 하나에

따라 걸린 생활들이

수갑처럼 잡혀 있다


목양말

삼각팬티

러닝셔츠

청바지

미니스커트

뚫어진 양말


집안 살림이

굴비 두름 되어

세상에 까발려져







하찮은 것들이



치약 짜개

때밀이 수건

목욕탕 솔, 구둣솔

병따개

그리고 구석에 처박힌 걸레

 

하찮은

그것들이 쓰일 때의 요긴함은

밥상 위의 숟가락


필요할 때

필요조건을 가질 수 있는 사람

 

계명구도鷄鳴狗盜인들 

어디 하찮은 사람이랴






모임 불참에 따른 찜찜함


떠나는 바람 편에
가만히 앉아

마음만 우표처럼 
실어 보냈다

아니 뻔 한 걸음이라

안 간 것인데 

기대가 너무 컸나 
이 건 아니지

비빔밥 같은 인생 
섞여 사는 게



 

 

 

 


변심變心 



만나서 한평생을

기약하고도


그늘져 쳐진 어깨

시간이 뭔지


욕심도 두려움도

버렸다마는


싫어라 변한 마음

그게 싫어라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땡 "

밤 열두 시

어제와 오늘의
페이지 같은 교차점

너는 늘 어제에 있다
오늘의 갈등을 주고

그러나 난


촉각을 타고

내일로 간다






인생은(해몽) 


묻은 오물을 씻는데 

뚝 끊긴 수돗물처럼
꿈이 영 찝찝하더니
그런 시간을 겪는다

해몽이 맞았지만
예방할 수 없는 일이니
생이 어려운 것이겠지 


나비 비행처럼

예측할 수 없이

사람들은 살아가지만

어쩌랴

그 삶은
양자택일이 아닌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침대처럼
두 곳에서 모두 살아가니


장자의 제물론처럼






남남 



저장된 디스켓처럼

내 안에 담겨 있는 너는

또 다른 나


부르면 와 줄 수 있겠니?

아마도 그 건

내 욕심이겠지


결국 넌

내가 아니란 걸 알아

내가 아니란 걸 


그리고 또

멀어져 갔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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