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생각난다
출출한 배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희뿌옇게 걸걸한 탁주를
떡 벌어진 허연 사기사발에
양은 주전자로 괄괄 쏟아 붓고
침 한 번 미리 꿀꺽 삼키고
벌컥벌컥 단숨에 마시고는
'크~ 조 오 타!' 하고
빈 잔 놓고 손 거두며
손 등으로 입가에 묻은 허연 술기
쓰윽 문지르고는
엄지손가락만 한 무우에
오징어 발처럼 매달린 무청이
고춧가루 양념과 잘 섞여
발그스레 화장으로 잘 익은 총각김치를
얇싸한 흰 접시에
손바닥 두께로 화투짝 만하게 썰어
가지런히 모아둔 허연 두부를
톡 식탁에 친 젓가락으로 척 얹어
한 쌈 집어
가마솥처럼 입 크게 벌려 넣고는
우적끈 우직끈
물장수꾼 입맛 되어 먹던
막걸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