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써 논 글 같은데 있길래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 몇 년째 보는 내 나이와 비슷한 남자 회원이 있습니다.
헌데 이 친구 좀 얄밉습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일부러 아는 체를 안 합니다.
그랬더니 그도 역시 내 의중을 파악하고는 멋쩍게 피하곤 합니다.
그렇게 내가 그를 밉게 본데는 지난 시간과 함께
몇 건의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운동 후에 회원 몇이서 술을 함께 했었는데 그도 있었습니다.
대충 비슷하게 마셨는데,
이 친구가 노래방엘 가더니만 갑자기 오바이트를 한 겁니다.
다들 당황하는데 그래도 내가 서 있을 수만은 없어서
밖으로 뛰어나가서 휴지를 얻어다가 팔을 걷어 부치고 그걸 싹싹 닦아내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와서 보고는 내가 열심히 닦는 게 오히려 미안했던지
아무런 말도하지 않아서, 기왕 들어간 거, 좀 더 놀다 온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날 체육관에서
이 친구 운동이 다 끝나도록 파리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아무런 인사말도 없습니다.
꼭 내가 그 오물을 치워서만이 아니라 누군가 치웠더라도
그 당사자는 그걸 알고 고마웠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내 정적인 사고방식이 문제였는지 그는 계속해서 묵묵부답입니다.
노래방 비용은 누가 냈는지는 더더욱 관심조차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나는 그저 술이 취해 그랬으려니 이해하자고 넘어갔습니다.
헌데 얼마 후 다시 그 친구와 같은 술자릴 하게 되었는데,
술이 들어가자 여자회원들이 무슨 술집 종업원인양 끌어안고 난리를 부립니다.
정도가 심하다 싶은데도 모두들 분위기 깰까봐 그런지 아무런 말들도 없습니다.
저 친구 왜 저러지? 하며 먼저 번 일들과 오버랩 되어 반감을 갖게 되어,
이 친구 지내오는 동안 생각해 보니,
늘 전체가 내는 똑 같은 회비 이외에 술 한 잔 남에게 산 적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한 턱 낸다거나, 누군가 낸다 하면 꼭 그 자리에는 끼어있습니다.
그런 자가 자기는 뭐가 잘났는지 남 훼방은 잘 놓습니다.
그러니 그런 친구를 더 만나면서 신경 쓸 거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이며, 매너며, 돈까지 뭐 하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에게...
그래서 내 머리 속에서 아주 지우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작은 돈이든 큰 돈이든 그 누구의 돈이든 모두 소중합니다.
도둑질 하지 않은 돈이라면 그것이 얼마이든 간에 귀합니다.
그런 귀한 돈을 누군가 낸다면 그건 당연히 고마워해야 합니다.
민주사회에선
극장에 가서 돈을 많이 낸 사람이 특석에 앉아 좋은 대접을 받는 일과 같습니다.
기부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박수를 보내는 것도 귀한 것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술자리에선
누군가 내는 돈에 별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오히려 대접을 못해줄망정 ‘돈 자랑을 하기는?~’하며 비아냥거리는 만용까지 부립니다.
그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치사하다고 느낀다면 그 자리에 함께하지 말던가.
함께 한다면 고마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부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래야 정이라도 더 오고 갑니다.
그렇게, 자기는 내지 않으면서, 정작 상대에게 돈을 내길 바란다면
함께한 자리만큼의 정이라도 대신 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면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오직 나만의 너무 고루한 생각에서 나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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