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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기다림은 멀다

정보 시집6

by 와정보 2011. 4. 2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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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회상

 

뒤늦은 내 눈에 눈물 이는 건

아파하던 슬픔 역시 묻어 두고서

무던히도 참아내던 그 마음을

이제야 돌아보니 사랑이었소

 

사랑이 그 무언지 알 수 없어도

임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서랍처럼 꼭 안기는 연정인 것을

이제야 이해하기 때문이라오




 

 

 

 

 

 

 

 

 

 

 


조강지처糟糠之妻


살아라 아내들이여

어려워라 조강지처


얼마큼 허리 휘게

고생을 이고 사나


좋은 시절 돌아오면

자신 있게 얘기할 말 


자신 있는가 아내여

내가 조강지처였다고


 

 

 

 

 

 

 

 

 

 

기다림은 멀다


남의 아이들은
빨리 크는데
내 아이는
그대로인 것처럼 
남의 시간은
화살 같고
기다리는 내 시간은 
먼 우주만 같다

굴렁쇠 같은 시간은
똑같이 돌고 있는데






 

 

 

 

 

 

 










수락산에서

 

 

걸음대로 떨어지는

큰 물소리가

집바위 상바위를

돌아가는데


백 년을 닦지 않은

몸을 두고서

하루 종일 일도 없이

돌만 씻긴다


가난뱅이 가슴이

초라해진 건

부잣집 창고 같은

물 많은 계곡

 

이제 그만 산 너머

서울 가려니

불암산 가로막혀

못 가는 것은


술 한 상 받아 놓고

붙잡힌 탓에

산 핑계라 말하지만

내 핑계라네







 

 






처마 끝 빗방울


후루룩 후루루룩
물 국수 먹는 소리

처마 끝 보석들이
고명처럼 묻어나면

푸루룩 푸루루룩
민들레 떠나가듯

소멸된 한풀이로
젓가락 땅 파논다







 

 

 

 

 

 










상한 마음을 돌려줘


정으로 살자하니

입이 투정 부리고

모두 끌어안자니

가슴이 조그맣다


넓은 가마솥처럼

커지길 원하지만

변한 누룽지처럼 

마음이 거부하니 


어찌해야 달래보나

내 맘 같이 빌어보나

싫은 마음 어찌하고 

내 속 전부 줘야 하나

상한 마음 돌려 줘

헌상된 제물祭物처럼

눈물일랑 남겨 둬

감춘 비상금처럼





 

 









소사 복숭아



싫다면서 떠난 임 보내 놓고서

낙엽 떨어지면서 잊으려 했고

또 다시 생각말자 가버린 임을

눈꽃 떨어졌을 땐 잊고 있었지

 

아련한 그 과수원 소사 복숭아

다시 또 봄 계절은 찾아왔는데

분홍빛 그 언덕들 이제 없으니

임 생각만 멍울져 가슴에 남네






 

 

 

 

 

 

 




막걸리가 생각난다


출출한 배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희뿌옇게 걸걸한 탁주를

떡 벌어진 허연 사기사발에

양은 주전자로 괄괄 쏟아 붓고

침 한 번 미리 꿀꺽 삼키고

벌컥벌컥 단숨에 마시고는

'크~ 조 오 타!' 하고

빈 잔 놓고 손 거두며

손 등으로 입가에 묻은 허연 술기

쓰윽 문지르고는

엄지손가락만 한 무에

오징어 발처럼 매달린 무청이

고춧가루 양념과 잘 섞여

발그스레 화장으로 잘 익은 총각김치를

얇싸한 흰 접시에

손바닥 두께로 화투짝 만하게 썰어

가지런히 모아둔 허연 두부를

톡 식탁에 친 젓가락으로 집어

척 얹어 한 쌈 집어 

가마솥처럼 입 크게 벌려 넣고는

우적끈 우직끈

물장수 꾼 입맛 되어 먹던

막걸리가 생각난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가 왜 이리 많아!"


자기 차 안에서

투덜거리네




 

 

 

 

 

 

 

 

 

 


희망을 갖고 사는 수밖에


하나 둘 포개진 삶들은 어느새
고물상 더미다

헝클어진 머릿속

다시 백지 되어

하나하나 새로 쓰면 좋으련만 

갈수록 칡넝쿨 늘어만 나고


허전한 인생은

장롱 밑 먼지 된지 오래지만

욕심은 

궁전의 매끈한 대리석이길

기대하며 산다 

 

어쩌겠어! 

빌며 살아야지

그렇게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술술 풀려지기를

기도하는 두 손 되어

살아보는 수밖에

 

 

 

 

 

 

 

 

 

 

인생의 시간

 

 

수도승에게 목회자에게

도박자에게 댄서에게도

똑같은 시간이 부여되었다

심지어 도둑놈 모두에게도


저 떠오르는 태양 앞에서

두 팔 벌려 하늘에 외쳐

어찌 보낼 것인가 묻지 마라

답은 스스로의 몫이니


갈림길에 선 나그네인가

길을 잃은 방랑객인가

누가 제 길을 제대로 가는가

누가 후회 없는 길을 걷는가


쓸데 없는 객기는 팽개쳐버리고

자만도 빈 껍질처럼 다 없애버려

오지 않을 그 시간 용서를 위해 

뒤돌아 가지나 말았으면 해




 

 






고통의 비교



하룻밤 악몽이

십 년을 보낸

폭포수 아래처럼

땀을 흘린다


몇 날을 그렇게

진저리 치며

긴 못을 안고  

살아야 할까


어제의 밤은

다시 찾아와

쉬어라 하지만

몸은 다르다


잡히지 않고

그릴 수 없는 

시간은 또 다시

허우적 거리고

 

병원 안 가는 

몸이면서도

형틀의 묶인 듯 

크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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