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 4장 봄날이 미쳤다

정보 시집6

by 와정보 2011. 4. 28. 00:52

본문

해 지면 달 뜨고


가슴을 불태우는
윗마을 총각과

수줍어 고개 내민
아랫말 처녀

산 너머 따라가는

장난치긴가


저 총각 잠 못 참아
눈감아 들면

산 너머 미소 처녀
술래가 된다
















땅地


하늘 아래 눌렸으되
패이고 솟아난다

물 풀어 숨을 쉬고
뿌리가 입이 되니

싹들이 자라난다
생명이 자라난다

흙 일어 삶이 되고
희로애락 창조하니

보배로운 새 생명
잉태하는 이 땅은

자애로운 어머니
만능의 자궁이라



 

 

 

 

 

 

 

 

 

 

 



소낙비 그리고 맑음


꾸지람으로 내려앉은 무거움

동반자의 오만한 거들먹거림

실체 없이 사람 놀라게 하는 화통

쏘아대는 외계인의 무기 같은 바늘

후퇴를 불사하는 돌격 앞으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우격다짐

반항마저 거부하는 확인 사살

개평도 용납지 않는 싹쓸이

비굴하게 고개 숙인 변절의 질퍽거림

그리고 

던진 구슬 깨지면서 빛내는 반짝임



 

 

 

 

 

 

 

 

 

 


고목古木의 변辯



너희가 태어나 고작 백 년도 못 살면서도

너무나도 주인 행세를 하려는 구나

나는 살갗이 변색되고 떨어져나가도

새 살을 내어 회춘하기를 수 백 회

나는 천 년을 살아 온 느티나무라!


벌거벗은 네 어린 모습들은 물론이요

너희 조상들의 삶 역시 내가 다 봤듯이

오랜 세월을 그리 살아 왔건만

너희들의 어른 모시기 행태에는

분개 아니 할 수가 없구나!


백수 노인처럼 극진한 대접을 바라진 않아

성황당 같은 치성도 원치를 않아

허나 매연과 가스에는 살 재간이 없구나

그러니 너희 후손들까지 더 보려 하나

아! 병사病死 아니하길 바랄 뿐이라!









 

 








궁산 

 

 

하늘천따지 들려오는 조선의 향교가

야트막한 구릉 뒤로 둥지처럼 앉아 있는

강서구 한강 옆에 궁산이란 산이 있다


강 건너 난지도와 인사하며 마주 있고

행주산성 초병처럼 좌전 방에 있으면서

남산이며 삼각산도 친구처럼 보여 온다

 

한적하다 편하구나 내 살 곳이 여기던가

주단 같은 금잔디가 마음을 놓으라니

물가 내린 철새처럼 비행기도 앉는구나




 

 

 

 

 

 

 

 

 

 



비 오기 시작하는 흙 마당



안긴 엄마 모유처럼

마당 빗물 고여 들면


신발 쫓아 오른 먼지

강아지 따라 누워도


잠자리 날개처럼  

흙냄새 피어올라


장난 친 애 손인가

내 코만 간지러워

 

 

 

 

 

 

 

 

 

 

달 없는 대보름 

 

 

누가 벌써 먹었을까 

귀밝기 술

안주 삼으려 했는데 

 

대보름

빈대떡 달이 없다

 


 





 

 

 

 

 

 




흰 눈 (보상報償)



지은 죄도 없이 잡혀

도망치려 애태우던 밤

꿈자리가 사나웠다


눈 뜬 아침

검은 꿈 덮어 준 것일까

세상이 온통 하얗다



 

 

 

 

 

 

 





장마 



미운 놈 추억처럼

눅눅히 습기가 올라온다


논바닥 갈라지 듯

메마른 건조기 땐

비 와달라고

빌어대더니만


이것도 아니라며 징징

청개구리 울음을 불어 댄다





 

 

 

 

 

 

 

오월 장미



꽃 피우더니

오월 장미가

성깔을 부린다


가시 떼어내면

빨간 립스틱 지우고

온순해질까




 

 

 

 

 

 




봄날이 미쳤다



겨울 콧물 아직도 달고

눈眼은 종일 흐리다


산발한 머리칼은

황사바람 만드는데


막힌 귓구멍은

불러도 대답 없다



주해 -

2010년 4월 봄날이 미친 사람 같다


장마도 아니건만

겨울철 흐르는 콧물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이미 미친 사람 눈동자처럼

사월 내내 흐린 날씨 역시

도통 맑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머리칼을 흩날리는 바람까지

황사를 겹쳐 뿌려 오는데

이런 100년 만에 최저 기온이라는 정신 사나운 봄날

6월 2일 선거에 임하는 정치가들의 구호에

이미 미쳐버린 귓구멍에는 들릴 리가 없다.




 

 

 

 

 

 

 

 

 



몹쓸 사월



천안 함 가족들 피눈물 같이

꽃잎도 따라 벌써 떨어지더니

봄날은 뒤돌아 어디로 가고

서늘한 민심인 듯 차갑더이다


말없이 구르는 바퀴를 따라 

못 다한 오월은 오고 있건만

이미 기대 버려진 빈 수레처럼

정치가 구호들만 요란하구나


'정보 시집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2장 멍든 밤   (0) 2011.04.28
제 3장 영원한 사랑은 없다   (0) 2011.04.28
제 5장 인생은   (0) 2011.04.28
사라진 달  (0) 2011.02.17
흰 눈 (부제: 보상)  (0) 2010.12.2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