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 4장 자연

정보 시집2

by 와정보 2011. 4. 27. 22:10

본문

설국雪國



겹친 산 나무들은

솜이불로 긴 잠자고

작은집 덮인 눈은

창틀 겨우 내보일까


마을 초입 눈길 위엔

비켜 찍힌 발자국과

실뱀 같은 논 길 위엔

미루나무 높이 섰다


시루 쪄 온 백설긴가

장독대 쌓인 눈은

새색시 선물인 듯

볼수록 설레이고


편지 쓰라 백지白地 한 장

널따랗게 펼쳤는데

한 많은 사연 두고

연필을 못 잡는다



 

 








자연自然



터져 나온 포자는

바람을 이용할 줄 알아요


어미를 찢고 나온 새끼는

젖을 빨 줄 알고요


다 자란 남녀는

사랑을 할 줄 알지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나목裸木



탈피로 떨군 몸이

외 말뚝처럼 쓸쓸한데

털 것도 없는 가지를

바람이 족쳐 댄다


묵묵히 흔들리며

고문당하는 저 나목은

겨우내 비통해야 할

계절의 투사던가




 

 

 

 

 

 

 




난화蘭畵



묵상의 빈 종이가 세월을 품더니만

붓 따라 삐친 끝이 비명처럼 뾰족하다


꺾고 뻗은 저 길마다 잡념은 더 바쁜데

상투 끝 뒷모습이 바위처럼 단단하다


누구의 침묵인가 도서는 간 곳 없고

이 세월 저 세월로 긴 벽에 붙박이다



 

 

 

 

 

 

 

 




이따가 벌써 지금



봄이

왔다 그냥 가더니

여름을 데려오고


바라던 가을은

이따가 벌써 지금처럼

여기 와 있다


겨울도

나중 올 것 같아야

또 지금 돼 있겠지


주해 -

철학적 시공을 적으려 한 것인데 너무 길어져서 줄이고 줄이다가 사계절이라는 표현으로 함축한 것이다. 그렇게 쓰고 나서보니 단순히 계절 변화로만 표현된 것 같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내용의 실제 뜻은 역의 변화 즉, 궁즉변窮卽變이요 변즉통變卽通을 말하면서 그 모든 것이 현재라는 지금의 초점에 모든 중심이 맞춰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 한 더위



그 덥던 여름은 가고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해

다 쓴 쉰 소리로 힘없이 우는

매미가 남긴 애처로운 낮 더위 한 자락에

댕기 끈 하나 손가락 배배 꼬듯

야한 자태로 고개 돌린 꽃 기생처럼

떠나는 아쉬움을 야유로 보내본다


'벌써 가시다니요.~'


미운 시어미 등에 대고 말 하듯이



주해 -

지겨워 지겨워 입이 닳도록 해 댄 지난 무더위를 뒤로 하고 낮 더위 잠깐 매미 소리가 들린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기 위함이라던데 때가 늦어 그러나 여느 매미의 앙칼진 소리와는 다르게

오늘 매미는 찔찔 기어 들어가며 소리도 짧다. 분명 여름이 다한 것인가 보다

힘든 일의 마지막 1분은 견딜 만하다던가!

그러다 보니 그렇게나 날 못 견디게 만들던 더위에게 야유라도 던지고 싶어진다.

그런 야유엔 좀 천박스런 야함이 제격이라 했던가!





 

 






겨울 산야



아장짱이

대지는 빈 아궁이 솥처럼 차고

하늘은 입 벌린 공룡처럼 별을 삼킨다


피치치 피치피치

다람쥐 청설모 대피하라고

바람이 야단치는 회초리 소릴 해대는데


흐스름이

나야 나무처럼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되지만

산자락 기운 움막이 고아처럼 처량하다


주해- 

비디오(그림) 플러스 오디오(소리)를 가미 해 본, 1연의 "아장짱이"는 아주 추워 얼음이 깨지는 듯한 소리의 비유이고, 2연의 "피치치 피치피치" 역시 싸리나무가 찬바람소리를 내며 다람쥐, 청설모들의 울음소리를 함께 연상케 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3연의 "흐스름이"는 산자락에 있는 기울어진 움막집의 쓰러질 듯한 느낌을 주는 소리와 함께 서 있는 이의 늘어진 어깨를 함께 강조해 본, 보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소리(창작)까지 접목시켜본 시다.



 

 

 

 

 





한가위 달



노르스름

끈도 없이

하늘 걸린

부꾸미 떡


쟁반 없이

옆집으로

자꾸만 가네



 

 

 

 

 

 

 




가을 비



청색 바람이

아직도 잎이 푸른 나무 위로

날 데려다 놓았다


구름이 열매를 눈독 드리다

감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바람은 모른 채 지나만 간다


걸린 구름이 아픔을 참지 못하고

무명실 같은 눈물을 흘려 내리지만

난 동정은커녕 고소해 하고 있다

초롱한 아이 하늘 가린 죄라고




 

 

 

 

 

 





나이



세월은 대지위에

돌멩이만 낳아 놓고


인생은 세월 따라

끌려만 다니더니


김치도 없이 먹은

대나무 나이처럼


굵은 자국 또 하나

늘어만 있다




 

 

 

 

 

 




입추立秋



진흙 같은 끈적임은

싫은 놈팡이처럼

살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데

삼복중이라고

계탕이며 장국으로

잃은 입맛을 돋우려는 중에

빚쟁이 말로만 빚 갚는다듯이

느끼지 못한 가을에 벌써 들어선단다


쩍 갈라진 뱃속에

빨간 대추 찐 찹쌀도

꿀 떼어 먹듯 삼키며

초 중복 삶은 닭 맛나게도 먹었었다

헌데도 더윈 여전히 몸에 붙어

끈끈이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나무 잎은 아직

내 맘 이팔청춘인 냥 푸르른데

아줌마 아저씨 호칭에 놀라듯

오는 계절 왠지 선뜻 즐겁지 아니함은

그저 흰 머리칼 늘어나는 나이 탓 만이런가














까치밥



언제 떨어지느냐고

몇 개 남은 감나무 아래서

행여 안달하지 마라


배고픈 점박이 까치 지나가다가

몇 입 쪼아 먹고 힘 차려

네 집 반가운 손님 온다며

깍깍 힘차게 알려 줄 테니




 

 

 

 

 

 

 

 

 




선하게 큰

두 눈은

무얼 보려

함인지


두 뿔은

성깔 보여

뾰족이

각 다르고


두 귀는

가지 닮아

듣는가

못 듣는가


콧구멍은

뻥 뚫려서

쌍 굴과

같으니


입가의

게거품은

무슨 화가

났을까


굵은 목은

늘어져

있는지

없는지도


잔등인

넓적하니

앞마당

같았는데


그 배는

풍선 같아

위아랠

모르겠고


대나무

마디처럼

네 다린

튼튼하니


뒤돌아

꼬랑지가

살아서

휘저으며


울음소리

게을러

누굴

가르치느냐


'정보 시집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2장 신년 소망   (0) 2011.04.27
제 3장 사모의 노래   (0) 2011.04.27
제 5장 21세기   (0) 2011.04.27
늦가을 연정   (0) 2010.11.11
친구여  (0) 2010.11.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