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에 있을 때 말년 휴가를 나와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에서의 운동장을 연병장으로,
담요를 모포로, 뜀뛰기를 구보 등으로
군대에선 그 용어 자체가 다른데,
하물며 군대 말년쯤이라면 거의 모든 것이 군대 용어로 입에 붙어 있을 때였다.
군복을 입은 채로 작은누나네 집에 가서
막 저녁을 먹고는 거실로 나오던 차에 사돈어른은 만났다.
작은 누이 시어머니다. 나는 얼른 인사를 드렸다.
“식사 하셨어요?~”
그런데 그 후에 누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어른한테 식사가 뭐냐? 진지라고 했어야지!”
그 사돈께서 식사가 뭐냐면서 핀잔을 주더란다.
그 사돈은 당시 한 카리스마 했었다.
무학이면서도 우리나라 어른들 대개가 그렇듯이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겐 가르쳐야 한다는 개념의 노인이었다.
그런 어른에게 군대 습관을 이해해 달라는 말은 언감생심 사치였다.
그러나 그 군대식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훈계는
사회를 발 빠르게 인식하지 못한 나의 불찰을 넘어
지금까지도 찝찝함으로 남아 있다.
그 할머니는 그 이후에 치매를 앓아
누나를 꽤나 힘들게 하고는 돌아가셨다.
한번은 진지를 드시고도 아파트 계단에 나가서 오줌을 누시면서
앞집 사춘기 여자애에게 며느리가 밥을 안 준다는 말을 해서 누나는
그 인생 경험 없는 어린 여자에게 무척이나 흘긴 눈길을 받았어야 했단다.
그렇듯이 사람들은 사소한 오해로 말미암아
없는 생사람을 잡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게도 만든다.
사형수의 조그만 오해가 풀려 사형을 면했다는 얘기는
오해의 소지를 넘어 소름을 돋게 하는 일이 아니던가.
오늘,
나 역시 누구의 말에 당나귀처럼 귀를 열어
오해 하나 그 가슴에 못질해 놓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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