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4

정 버린 밥상

와정보 2006. 8. 30. 00:06
정 버린 밥상


밥알이 덤벼드는 데모 군중처럼 거칠어
진정시키듯 폭포수로 찬 물을 말았지만
그런 의미로 숟가락에 쏟는 시선이 오히려 섧다

그래도 물 마시는 개처럼 할짝 억지를 부려보지만
젓가락질 역시 할 일 없는 환자의 눈길처럼 느리기만 하다

수저를 내 던지고 싶은 생각이 포기한 바둑기사처럼 덤비며
여럿이 모여 시끌벅적스럽던 식탁이 새삼 그리워
밥상머리 교육이라며 조용히 먹어야 해라던 말들이
내 뱉어져 사라진 한숨처럼 뜻 없이 묻혀지는데

그래도 막된 아이 머리 쓰다듬어 주듯이
몇 번 더 수저는 완행열차처럼 입으로 오가지만
냉정한 채로 초라한 무덤 앞에 버려진 제상(祭床) 같은 식탁은
시간이 가도록 내 눈을 피해 정을 줄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