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4

삶의 앞에서

와정보 2006. 5. 6. 15:35

삶의 앞에서



넘치도록 담겨진

이삿짐 트럭처럼

삶이 내게 안겨왔을 때

 

나는 그저 발톱이 자라면

그걸 깎는 재주밖엔 없었고

뿌린 씨앗에 봉숭아 자라나듯

자식들이 자라면

손톱에 물들여 줄 생각밖에는

창조적인 내가 되지 못했다


구름이 유화가 되고

달이 조각되어 질 때도

나는 관객일 수밖에 없는 것이

때론 서글퍼지면서도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내일이라고 별 수 있을까

오늘과 손잡은 것이 누군데

바람처럼 변하는 삶과

타협하려는 그 마음이 끝내 싫고

 

나는 오늘도 생을 그렇게

지렁이 기어가듯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