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정보 2005. 9. 15. 00:28

나는 시 공부를 정식으로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시를 많이 읽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전문 시작법 책을 읽다가도 그만 말았다.
무슨 수학 책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태백을 뛰어난 시인으로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시를 조금만 깊이있게 보면
유행가 가사처럼 유치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난 그의 시를 좋아한다.

어느 테너 가수는
대중가수를 보고 가수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렵게 공부했던 자신들을 우위에 놓르려는 듯하다.
그러나 대중의 가슴에는 유행가가 더 와 닿기도 한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단필치로 그리길 좋아한다.
가장 짧은 표현으로 나타내 보려는 것이다.
오랜 시간으로 공을 들여 그린 사람이 보면
흉 볼 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맛도 있다.
작곡이나 작사가들이 종종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는 말을 하곤 하듯이
내 글들 역시 오랜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그자리에서 스케치 하듯 써 나간다.
그러다보니
사물과 동일하게 보이지 않는 그림이 나오기 십상이듯이
글 또한 그럴 때가 많다.
그러나 시간걸려 잘 다듬고 어루만지진 않았어도
그 때의 그 감정 그대로를 표현하고자 애쓴다.
오히려 몇 년에 걸쳐 썼다는 시인들의 자랑을 조소한다.
그 긴 시간에 이미 그 당시의 순수한 감정 단어들은 사라지고
배우처럼 화장한 단어들만 끼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한 굳이 고급 어휘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다.
더군다나 시를 무슨 수학처럼 공식에 대입하려는 듯한 글 또한
흉내내고 싶지 않다.
아마도 깊이 있게 배우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역시도
어느 문장이나 단어를 놓고
좀 더 고급스럽게 치장될 만한 단어를 찾아 사전을 뒤척인 적도 없진 않다.
하지만 이내 처음 섰던 걸 고집하는 예가 많다.
어느 때 시라는 걸 생각해 보기를,
시라는 말 자체가 한문대로 言과 寺의 합성문자이므로
즉, 절에서 바라보고 느껴지는 바로 그 때의
순수 언어표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하이쿠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내 글은 항상,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집은
조심해야만 할까봐 가기 싫다는
어느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좀 대중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려 한다. 

그렇게 난 나 편한 대로
그 느낌을 그대로 적어보려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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