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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과거를 돌아보다

와정보 2020. 9. 9. 15:08

과거 모 일간지 정치부 부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을 알았는데 그 사람이 늦게나마 연세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공부할 때였다.
나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 인문학 공부를 하던 중에 컴퓨터 데스크톱조차 없던 시절 컴퓨터 미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생뚱맞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90년대에 그런 경력 등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과기처와 후일 정통부 산하의 한국정보□□ 부회장으로 있을 때였다.
그런 나를 알던 그 기자가 석사 논문을 작성 중이라면서 내게 자문해 와 마다하지 않고 필요 문장을 작성하여 보내주는 등 논문 어드바이스를 꽤 해줬다.
고맙다면서 논문 통과만 되면 내게 큰 보답이라도 해줄 것처럼 하더니만 똥 눌 때 나올 때 다르더라고 점심 한 끼로 끝냈으니, 한데 선생 돈과 기자 돈 얻어먹기는 하늘의 별이라 하던데 그나마 대접받은 나는 특례의 경우랄까.~
아무튼 논문 통과 후 내게 보내준 그 석사 학위 논문은 아마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타고난 지적 호기심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 신청을 준비하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특허까지 받아놓고 삼성과의 비즈니스를 거래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았으니 모든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되고 특히 단국대 모 부총장님의 후원도 소용없는 일이 되었으니 끝내 서울대 대학원 모 학장님으로부터 온 통화를 마지막으로 그 모두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은 시간과 많은 경제적인 손실을 떠나 아직도 서운함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처음 소개된 1993년도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갖은 인터넷 사업설명회에 당시 컴퓨터 관련 기관과 업체 대표들에게만 보내진 초대장으로 무료 점심 스테이크를 고급스럽게 제공 받으며 참여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렇게 통신 커뮤니티와 인터넷 관련해서도 일찍 눈을 뜬 상태였기에 과거와는 다를 사이버 정치 정보화에 대한 미래의 중요성을 느끼고 정치 관련 모임에 cyber party의 시대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기고하여 모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며 조직하는 여의도정치연구회의 사이버 초대회장으로 회원 투표 당선되었고, 그 걸 주관하던 부총리의 보좌관으로부터 대접을 받으며 주로 교수들로 이루어진 여의도 연구회 사무실에 자리를 마련 받기도 했었다.
다른 글에서 이미 김대중 대통령선거 비밀캠프에 큰 방을 제공 받았던 일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하이얏트 호텔에서의 점심 초대는 이미 다른 글에서 소개했으므로 여기선 그만두기로 하고...
그런데 IMF가 터지면서 그 정치인의 몰락으로 흐지부지 되는 일이긴 했지만 그런 경험들을 쓸데없는 일이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조심성은 이미 많은 걸 내포한다. 앞서는 것에 따른 위험은 먼저 얻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겠으나 빈손이라는 허무함을 맞볼 수도 있기에 선지자는 어려운 것이다.
뒤돌아보면 나는 그렇게 일찍 다리를 건넌 셈이었다.
그렇다고 그 결과들을 크게 얻진 못했으니 내세울 것은 없다. 하지만 남들을 쫓아가는 보편적 삶보다는 도전하던 용기에 가상하다는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이다.

앞선 내 사고 방식으로 만들어진 많은 사업계획서나 발상 앞에 허구를 느낀 이도 있었을 테고,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나를 이해하지 못했던 당시의 인연들에게 그 때나 지금이나 미련과 원망은 없다. 그 건 내 앞선 사고방식의 프로젝트를 보편적인 사람들이 쉽게 이해와 동조를 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 쯤은 나도 알고 살았기에 그렇다.

대성공이란 것이 인생에서 어떤 걸 의미하는 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남들보다 먼저 건널 수 있는 용기를 한 때나마 갖고 있었고 그 패기로 인한 지적 재산은 아직도 남겨져 있기에 그나마 작은 자부심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아직도 알 수 없는 남은 인생을 어찌살아야할까라는 화두로 과거와 미래가 겹쳐오면서 갑자기 넋두리 같이 지난 일들이 떠오른 것이다.

어찌 살았고 어찌 살 것인가.
지난 과거는 허상이요 미래 또한 알 수 없는 것. 그래도 십 년간 암치료로 소비한 허무한 시간 앞에 그나마 살아오면서 시집을 비롯해 21권의 글을 남긴 것에 위안 삼을까.
이젠 오랜 병마와 다투다보니 이미 바보가 되었는지 남은 시간에 대한 기대감도 없이 그저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라는 운명 앞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고루한 답밖엔 나오는 게 없으니 그런 값싼 현실이 서글퍼 그간의 과거를 반추하며 글로나마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