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일기, 의료인이 터프하면
입원한 환자는 매사에 불안하다. 특히 부드럽지 않은 의료인을 만나면 더욱 그런데 입원해 있는 동안 만난 여자 의사(아마 인턴쯤 ) 한 사람이 좀 터프하다. 콧줄을 위까지 호수를 끼우는데 거침없이 꾸겨 넣어 고통을 얘기하니 윽박지르기까지 했던 성격으로 수술부위를 드레싱 해주러 와서도 손길은 늘 터프해서 움찔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장기 수술부위가 터져 복수가 차서 배가 부르고 통증이 심해 응급시술을 요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하필 그 담당이 위 인턴이었다. 응급실 의사와 시술 시간을 잡아야하는데 예상 시간을 넘겨도 얘기가 없다. 답답한 시간 속에 통증은 더 심해져만 가는데.. 참다가 못해 배우자가 어찌된 거냐고 물으러갔는데, 퇴근한 의사가 안 오려 하는 낌새니 인턴으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그러나 복수가 차고 통증이 따르는 환자 입장에선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니 어필하는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배우자가 그 인턴에게 따졌단다. 환자가 저리 통증으로 호소를 하는데 왜 빨리 안 해주느냐고. . 큰소리가 오간 후에 결국 의사가 오기로 해서 늦으나마 복수를 빼내는 시술을 받았다. 바로 통증이 없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터프한 인턴과 고성이 오갔다니 언제까지 입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환자 입장에서는 좀 불안하기도 했는데 그 다음날 그 인턴이 드레싱 하러 왔다. 살짝 불안했다. 앞으로 여러 날 동안 접촉해야하는데 나쁜 감정까지 생겼을 테니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인턴은 아무 말 없이 시술 부위를 봐주는데 내가 물었다. "혹시 이대 나오셨어요?" "예"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집과의 거리도 그렇고 명의를 찾았던 이대목동병원은 그 이름대로 이대출신들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물었다. 저기.. 어제 우리 집사람과 언성을 높였다면서요?" "......" "사실 그 사람도 이대 출신 이예요. 내가 너무 아파해서 흥분한 나머지 그런 것이니 이해하세요." "그래요?" 좀 놀란 듯 물어왔다. "몇 학번이신데요?" 어려운 수술 고비 때마다 배우자 싸인을 했으니 이름은 찾아보면 알 테고, 이대 계열 병원이니 졸업생 확인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 다음날 그 인턴이 다시 드레싱 해주러 왔는데 그 표정이 밝고 말투 역시 부드러우며 행동도 순했다. 괜히 쓸데없는 얘길 한 건 아닐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투박했던 인턴이 그 한마디에 부드러워졌으니 불안했던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 저렇게 부드러워 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족보를 팔지 않고도 그렇게 대해주었으면 환장 입장에서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좀은 씁쓸했다. 어느 환자들에게나 늘 부드럽게 대하는 의료인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