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9

입원 일기, 부활일까

와정보 2018. 11. 4. 15:55

병원 창으로 보이는 구름들이 모두 악마다 

죽음을 맞으면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인다던데

그러나 하늘이 도왔을까 아무튼 난 산 것 같다

무신론자인 내게 신이 돕진 않았을 테고

단지 텔로미어가 좀 더 남은 것인가  


협진 후 결론은 이 방법뿐이라며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던 시간

그러나 수술 후라도 성공 여부는 반 반

하지만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니 강행할 수밖에

6시간의 대수술 후 12일 동안 물도 못 마시는

메마른 논바닥 같은 시간을 보내며

울기를 진통제와 바꾸며 보냈다


꿰맨 장기까지 터져 복수가 차는 고통

배 앞뒤로 신장 등에 호스 4구멍을 뚫고

물을 빼 낸 잠 못 이룬 다시 보름

비슷한 수술자들이 이삼 주면 퇴원 하는 걸 보는 무력감

수술 한 달을 넘기고도 퇴원은커녕 계속 지켜봐야만 한다는 상황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만하나 하는 막막함


그런데 어느 순간 기적이라는 단어가 나오며 

첫 번째 성공 사례일 수 있다는 의사 말은

말라 죽기 직전의 나무에 단비 같은 소리 였으니

신은 없다는 호킹 박사를 모르며

신에게 저주 받아 병이 생긴 거라는 저급한 입방아들에 대해

나는 신 없이도 부활 했노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아직 회복과 재발의 염려를 떨쳐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7년 가까이 출혈을 보며 고통과 싸운 시간들이

인간 내면의 삶을 더 이해한 것 같아 오히려 고맙더니

병원 창 밖으로

청아한 코발트 하늘에 천사의 날개를 단 새털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