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8

제 5장 일기, 2015년 3월 1일

와정보 2015. 3. 1. 11:35
   소심한 실수

 

 

격려차 친한 척 토닥인 것이

잔등이 브라자 끈 느껴지는 찰라

상대도 당황한 듯 짧은 눈길은

더더욱 아니구나 느끼는 순간

 

얼떨결에 나은 행동 싫긴 했어도

사과할 만한 사전 의도 아니었기에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넘겨뒀지만

추한 된 찜찜함은 자꾸 떠올라

 

 

 

 

역 자세

 

 

가르치지 않은 벌레도

멀리 뛰기 위해선

납작 몸을 낮추는데

배운 인간이

도약을 한다면서

몸을 곧추 세운다

 

 

 

 

 

베세아 (베이비부머 세대 아버지들)

 

 

지지리 운도 없지

가난을 짊어진 시대에 떨어져

콩나물시루 같은 동무들과 싸우고

하늘도 외면했던 온정은

직장이라고 편했을까

어려서 받은 꾸중까지 이어 달아

모든 잘못은 도맡아 저지르고

저 혼자만 똑똑한 줄 아는 바보

 

위정자 몇이 저지른 잘못으로

IMF를 도매금으로 개고생 하더니

벌써 밥줄인 일자리마저 쫓겨

단물 빠져버린 희나리 된 지금

 

반품도 하지 못한 채

수레에 싣고 끌고 왔건만

소 닭 보듯 외면하는 자식들은

시대가 달라졌다며

효도는커녕 분가가 당연하다네

 

아 서럽구나

어쩜 그리 잘도 피해 가니

그 많은 각종 혜택들

이제 남은 것이라곤

누구 하나 들어줄 이 없는 공간에

에코세대를 탈피해 낸 빈 껍질 뿐

 

 

 

 

짠돌이라는 연예인들은 반성해야

 

 

근근이 버는 사람이 모으면 절약이 되지만

벌 만큼 이상 버는 사람이 안 쓴다는 건

서로의 살림을 단절시키는 일이지요

 

모 방송국에서 짠돌이 연예인이라면서

칭찬인지 흉인지 사례까지 들먹이며

가수 설운도가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수저와 빈 그릇 하나만 더 달래서

둘이 먹었다는 내용을 소개 했는데

 

그렇게 돈 있는 사람이 안 쓰고 짜게만 군다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요

 

없는 사람들에게서조차 뜯어내어

혼자서만 짠돌이로 살아간다는 건

배려심을 모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제를 어둡게도 만드는 장본인이란 걸 알아야

 

 

 

 

분단의 아픔

 

 

훈련 받으러 가나

계급장 같이 줄 맞춰

기러기 떼가

삼팔선으로 간다

 

- 주해

북쪽으로 가는 새떼만 보고도

남북 대치를 떠올리고

 

울림소리에 놀라며

속보 자막이 두려운

이 아픈 현실은

비단 나만 겪는 일일까.

 

 

 

 

조현아 비빔밥

 

 

이것저것 다 넣은

고추장 비빔밥이

네겐 찬사의 메뉴겠지만

 

늘 먹다 남은 찬거리

털어 넣은 잔반 버무림은

서민의 눈물 밥이지

 

해보지 않은 남의 것이

순간 마술처럼 보일지라도

돌아서면 도루묵인 것을

 

 

주해 -

조금 전 저녁 8시 뉴스에서

대한항공 땅콩회항으로 재판 받는

조현아가 반성문의 내용 중에

유치장에서 먹은 고추장 비빔밥을 먹은 내용으로

이것저것 다 털어넣고 비벼 먹은 비빔밥이

최고의 찬사를 보낸 음식이었다는 내용을 듣는 순간 

 

과거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한양을 버리고 북으로 피난 가던 중에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다가

신하가 잡아 온 생선을 맛있게 먹고는 

이 고기가 무엇이냐고 물어 '묵'이라고 답하자

무슨 이름이 그리 촌스럽냐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은어'라고 부르라고 말했다지요.

그 후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가

전에 먹었던 은어가 생각나기에

찬으로 올리라고 하고는 먹어 본 즉 나온 말은

바로 ['도루 묵''이라고 하여라!] 했다 듯이..

 

이 뉴스를 듣는 순간 도루묵이 생각 나는 건...

 

 

 

 

일기, 2015년 2월 28일

 

 

아프다.

그래서인지 암 발견 이전의 당당함은 사라져 나약해지고

매사가 위축되어 스스로 점점 말년임을 자처해 간다.

그러나 아직도 몸은 앞선 기억이 남았는지 급히 가려 하지만

마음은 행동하길 싫어하고 몸을 나무라는 자신을 발견한다.

느림은 끝일까.

 

느림의 미학!

뭐가 있을까.

블루스...

 

더듬인 듯 갈 길 찾아가는

안 그런 척 빠른 세상에

못 어울리는 블루스 음악은

그래도 울컥 참지 못하고

뱀처럼 톡 쏘아대는 불만을

누름돌로 가만히 눌러 준다

 

 

 

리퍼트 미국 대사를 공격한 그

 

 

가족 중 맘에 안 드는 이 있어도

끌어안고 가는 게 우리라는 개념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도 못하면서

자기 입맛만이 최고라는 주장은

내 편인지 아닌지조차 구별 못 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일이지

 

자기의 고집이 이적 행위 임을

스스로 일고 있다면 그는 배반자요

모르고 그랬다면 단지 바보일 뿐

 

 

겨울이 춥다고요?

 

겨울이 춥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단단히 껴입은 한겨울은

북풍한설도 비켜가게 만들고

빵빵히 틀어놓은 난방 보일러는

동장군도 머쓱하게 만들지만

웅크린 정말 추운 계절은

보일러 다 끄고 무장해제한

새싹 돋아나는 초봄이지요

 

 

 

 

바람아 멈추어다오

 

날 쳐다보던 촛불이

휘파람 부는 바람에 꺼지며

은하수 같은 눈물을 흘린다

 

어린애 눈 같은 빛을

너는 보지 못 하느냐

바람은 장님인가 보다

 

가려진 어둠의 세계를

두려움으로 내 딛을 때

같이 있어 줄 이 누구던가

 

웃으며 장난치지 마라

건방으로 못 되게 굴지 마라

그는 네게 주려는 순수뿐이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도

  남의 발아래

   해도 해도 못 오르는

  서민을 닮았다

 

 

일기, 2015년 3월 1일

 

 

군대생활처럼 처음이 힘들 뿐이지

거지 초기 3년만 지내다보면

그 이후론 편한 나머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노숙인의 얘기처럼

투병 3년이 되다보니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바보가 되어간다.

 

추리닝 바람에 익숙해져

밖을 나가려 해도 옷 입기조차 귀찮게 느껴지고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약속도

불필요한 것으로만 여겨질 정도다.

 

아! 어찌 인간은 이리도 과거를 빨리 잊는단 말인가.

불과 몇 해 전의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변하려 해도 반복되는 통증은 나를 주저앉히니

의지는 가을 낙엽처럼 퇴색되고

몸은 이에 너무도 쉽게 복종한다.

의사들은 무지인지 방법인지 명쾌한 처방도 없어

환자 스스로 긴 터널을 헤쳐나갈 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옷만 깨끗이 입는다고 거지가 거지 아니랴 

새것으로 꺼낼 마음 역시 중요한 줄 알면서도 답은 없다.

 

그래도 독립만세로

쓰러져가는 조국에 3.1 운동의 물결 같은

서쪽으로 지는 해가 끝이 아닌 것처럼

희망이라는 끈이나마 놓고 싶진 않으니

내년 3.1절쯤엔

스스로 정화된 몸으로 태어나길 희망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