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7

제1장, 마음은 청춘

와정보 2012. 3. 17. 14:11

 

 

어젯밤 푸른 창공을 날던

청소년 꿈이 어쩌고 하더니만

중년을 지나 벌써 노년이라니

그새 그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룬 것일까 못 이룬 것일까

초록만 좋으랴 단풍도 좋으니

쓸데 없는 힘이야 아쉽진 않아 

색 꿈이라도 찾으면 되겠으니

 

 

 

 

 

 

 

 

마음은 청춘

 

 

나이는 치매인지 

두고 간 마음 

 

벌써 이 나이  

아직 청춘인데

 

질투심 많은

거울이 까발리네

 

 

 

 

 

 

 

 

 

꽃샘추위

 

 

되지도 않은 밥

누룽지 기대하듯

오지도 않은 봄

혼자 헛물켰을까

 

그래

보낸 듯

다시 떠오르던

네 모습이 꼭 그랬지

 

 

 

 

 

4월 30일

 

 

꼴깍

쐬주 넘기듯 

 

거짓말로 시작한 사월이

미안하단 말도 없이

떠나갔다

 

하긴 간다는 말도 없이 간 게

사월 뿐이랴

 

 

 

 

 

 

 

제 3의 사춘기(너는 몰라)

 

 

외로움은 정녕

저절로 먹혀진

나이 때문일까


제 2의 사춘기보다

초로初老의 나이가

얼마나 더

고양이수염인데

 

 

 

 

 

 

이율배반


"뭐 먹을까?"
"아무거나 먹지 뭐"
"그럼 짬뽕?"
"아니 짜장"

"어디 앉지?"
"아무데나 앉지 뭐"
"그럼 이쪽?"
"아니 저쪽"

"이거 어때?"
"아무렴 어때"
"그럼 이렇게 하자"
"아니 저렇게 하자구"

 

 

 

 

 

술에 대한 단상

 

 

집으로
맥주 박스가 배달되어 온다
한 박스도 아니고 세 박스

한 달에
몇 번이나 있는 일이다

한두 병 마셔야 기별이 와야지
그러니 박스 채로 주문을 하지

냉장고 안은
늘 맥주 병이 상석이다

잔소리 좀 그만 하라구
한두 번 이야기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너처럼
내 간도
면역이 돼서 그런거니까

그래 내 간은
이미 부었겠지
하긴 배 밖으로 나왔다면
부을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네 쪼매난 간보다야
큰 게 좋으니

 

 

 

 

 

가위


코끼리 같은 어둠이
밤을 덮쳐 누른다
무게 눌린 사지가
옴짝달싹 못하고
꺽인 팔이 겨우

허공을  그리는데
새벽은 얇게
실소리를 해 온다

가자 가자
자꾸만 외쳐대도
잡힌 손 하나 없이
땀만 흐른다
안돼! 안돼!
가지마! 가지마!
흐느적 눈물이
동백의 선홍鮮紅이다

 

 

 

 

 

 

국수말이


둘둘
냄비에 물이 끓는다

실막대 뭉치에서 
애기 팔목 정도 잡아
늘어지는 엿가락처럼
꼴을 젓는다

샘물 같은 냉수에 씻어
멸치 다시 낸 국물에
말아 놓는다

후루룩
김치 한 조각 얹어
그물처럼 건져 먹는다
둘둘 말아 먹는다

 

 

 

 

 

 

연鳶


하늘이 논다 


얼레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이무기처럼 오르고 
허물 던지 듯

해파리 떨어지더니 

또 다시 일어나
청룡이 된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여의주
눈이 부럽다

강바람이 춤추고
마음도 따라 춘다

 

 

 

 

 

널뛰기

 

 

땅을 박차 오른 하늘

색동 옷이 너울너울

쿵덕쿵 쿵덕쿵

담장이 발아랜데

동무들 웃음 속에

까치노래 흥겹구나

(노랫말 : 딸 초딩적 작사 작곡으로 만들어 준 동요)

 

 

 

 

 

 

 

유행에 대하여


뚫어진 옷을 입었을 때
흉보던 그들이
유행이라는 미명아래 
멀쩡한 바지를 
찢어 입는다

머리칼에 뭐 하나만 묻어도 
깔깔 놀리던 그들이
브릿지란다

피 한 방울에
난리를 쳐대던 그녀가
귀 코를 뚫고
깊은 살까지 뚫고 다닌다 

 

좋아하던 음식도 
값이 싸졌다는 이유로 
거들떠보지 않고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과시로 사먹는다

 

장례식도 유행 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