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멍든 밤
이별 그림자
아쉬운 낙엽들이
유영하며 놀던 날
네 등 뒤에 남겨 논
바람은 찼어
나뭇가지를 떠난
흔적 없는 새처럼
한 순간 없애 버린
기억은 찼어
털목도리도 없는
찬바람 나목은
빈 돛단배처럼
외롭기만 한데
청소부 낙엽처럼
가져가지 그랬어
왜 질긴 그림잔
버려두고서
내 등 뒤에 붙여서
떠다니게 해
그림자 두 개 엉켜
헷갈리게 해
슬픈 마음은
별이 아름답다 말 하는 건
마음이 기쁘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것도
즐거움 때문이지
슬픈 마음은 즐겁지 아니하며
슬픈 마음은 웃을 수 없는 것
슬픔 마음은 젖은 실크처럼
앉으나 서나 처져 있는 것
고향 못 간 마음
이지러진 달은
뾰족 가지에 걸린
어머니 얼굴
거미줄 따라
쏟아져 내린 별은
핑 도는 형제
저린 가슴은
신경통 파스 되어
가슴에 붙어
멍든 밤
폭행으로 벗겨진 치마를 본 것처럼
어둠 밤 가시처럼 속이 쓰리다
소한의 찬 겨울바람은 날 선 비수 되어
막지 못한 허파까지 내지르는데
원한 게 뭐 길래 평심의 세포까지 일깨워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일까
이기고자 하는 욕심은 진정 얻은 것일까
가슴에 큰 돌멩이 하나 던져 놓고서
야유揶揄
가면 어디까지 가랴
내쳐 쉬지도 않고 가는
바람
부러져라
가다가 똑 부러지면
나는 흘흘 대고
떨어진 바람 주어다
불장난 하고 말 테니
부탁,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이팅게일
히포크라테스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아
하지만
친절은 고사하고
불쾌감은 주지 말아야지
낫거나 말거나
나완 상관없지 하는
무심한 얼굴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붕어빵 보듯 똑 같다
어쩌다 상냥한 모습 대하면
공들인 수제품 대한 듯
감동이 밀려 와
“내 성격은 나긋하지 못하지...”
이렇게 말하지 마라
그것이 남에게 마음에 병 하나
더하게 하는 일이니
병실
눈부셔 가린 손등에도
빛이 내린다
무덤가에도 들렀을
빛이 내린다
침대
하얀 벽
흰 칠 천장
조그만 텔레비전
그리고 줄 달린 동그란 시계
과자, 음료수 병들
줄 달린 전화기, 전기 줄
시집 낀 책 몇 권, 담배 갑
그리고
늘 같은 걸음걸이의 간호사
또 하나
빈 의자
자조自嘲
산 너머 울고 간 새는
돌아올 줄 모른다
낙엽 떨어져 눈이 내려도
슬퍼 우는 이를 보곤
가슴 저려 참지 못하는
순수애만 쌓여가고
빈 밭에 흰 마음들이
까만 눈동자에 젖으면
가슴은 또 아파 온다
슬픔을 대신할 책장에
초점 없이 고이는 상념은
누굴 위해 눈물짓는가
용봉의 긴 눈동자 속에
희극 같은 인생 무대가
농도 짙게 또 흐리다
상반相反
표정 없이 삼켜지는
뱀 입에 물린 개구리를 본다
교미를 마치고
자기 몸을 먹이로 내 주는
수컷 사마귀도 본다
도넛 같은 섹스에도
뒷맛이 쓰고
쫓겨 가는 며느리
치마 끝 웃음이 달다
끌려가는 죄수가
개같이 웃지만
보는 마음은
밟힌 지푸라기다
음흉한 자
웅크리고 앉아
먹이를 노리는 거미에게
음흉하다고 흉보지 마라
그가 아는 기술은
오직 한 가지
생존을 위한 방법뿐
더 많은 이들이
좋은 얼굴을 하고
모략을 꿈꾸고 있다
거미줄 없이도
이기심
골을 넣은 선수가
세상을 거머안은 듯이 뛰다가
꿇어 앉아 감사해 한다
자기에게만 넣게 해줬다고
콩 튀듯
그물에 걸린 생선 떼는
죽겠다고 악쓰는데
어부들은 입 찢어지게 즐거워하고
양두구육羊頭狗肉
"늑대가 나타났다!"
인간들이
늑대로부터
양을 보호 한단다
결국
양은
인간들이 잡아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