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6

제 2장 멍든 밤

와정보 2011. 4. 28. 00:59

이별 그림자

 

아쉬운 낙엽들이

유영하며 놀던 날

네 등 뒤에 남겨 논

바람은 찼어

 

나뭇가지를 떠난

흔적 없는 새처럼

한 순간 없애 버린 

기억은 찼어

 

털목도리도 없는 

찬바람 나목은

빈 돛단배처럼 

외롭기만 한데

 

청소부 낙엽처럼

가져가지 그랬어

왜 질긴 그림잔

버려두고서 

 

내 등 뒤에 붙여서

떠다니게 해

그림자 두 개 엉켜

헷갈리게 해 



 

 

 

 

 

 

 

 

 



슬픈 마음은


별이 아름답다 말 하는 건

마음이 기쁘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것도

즐거움 때문이지


슬픈 마음은 즐겁지 아니하며

슬픈 마음은 웃을 수 없는 것


슬픔 마음은 젖은 실크처럼

앉으나 서나 처져 있는 것



 

 

 

 

 

 

 

 

 





고향 못 간 마음


이지러진 달은
뾰족 가지에 걸린
어머니 얼굴

거미줄 따라
쏟아져 내린 별은
핑 도는 형제

저린 가슴은
신경통 파스 되어
가슴에 붙어




 

 

 

 

 

 

 

 




멍든 밤


폭행으로 벗겨진 치마를 본 것처럼
어둠 밤 가시처럼 속이 쓰리다

소한의 찬 겨울바람은 날 선 비수 되어 
막지 못한 허파까지 내지르는데

원한 게 뭐 길래 평심의 세포까지 일깨워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일까

이기고자 하는 욕심은 진정 얻은 것일까
가슴에 큰 돌멩이 하나 던져 놓고서



 

 

 

 

 

 

 

 

 



야유揶揄 

 

 

가면 어디까지 가랴

쳐 쉬지도 않고 가는

바람

 

부러져라

가다가 똑 부러지면

나는 흘흘 대고

떨어진 바람 주어다

불장난 하고 말 테니




 

 

 

 

 

 

 

 

 




부탁,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이팅게일
히포크라테스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아
하지만
친절은 고사하고
불쾌감은 주지 말아야지

낫거나 말거나
나완 상관없지 하는
무심한 얼굴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붕어빵 보듯 똑 같다

어쩌다 상냥한 모습 대하면
공들인 수제품 대한 듯
감동이 밀려 와

“내 성격은 나긋하지 못하지...” 
이렇게 말하지 마라
그것이 남에게 마음에 병 하나
더하게 하는 일이니














병실


눈부셔 가린 손등에도
빛이 내린다
무덤가에도 들렀을
빛이 내린다

침대
하얀 벽
흰 칠 천장
조그만 텔레비전
그리고 줄 달린 동그란 시계
과자, 음료수 병들
줄 달린 전화기, 전기 줄
시집 낀 책 몇 권, 담배 갑

그리고
늘 같은 걸음걸이의 간호사


또 하나
빈 의자















자조自嘲


산 너머 울고 간 새는
돌아올 줄 모른다
낙엽 떨어져 눈이 내려도 

슬퍼 우는 이를 보곤
가슴 저려 참지 못하는
순수애만 쌓여가고

빈 밭에 흰 마음들이
까만 눈동자에 젖으면
가슴은 또 아파 온다

슬픔을 대신할 책장에

초점 없이 고이는 상념은
누굴 위해 눈물짓는가 

용봉의 긴 눈동자 속에
희극 같은 인생 무대가 
농도 짙게 또 흐리다 















상반相反 

 

 

표정 없이 삼켜지는

뱀 입에 물린 개구리를 본다

교미를 마치고

자기 몸을 먹이로 내 주는

수컷 사마귀도 본다

도넛 같은 섹스에도

뒷맛이 쓰고

쫓겨 가는 며느리

치마 끝 웃음이 달다

끌려가는 죄수가

개같이 웃지만

보는 마음은  

밟힌 지푸라기다



 

 

 

 

 

 

 

 

 

 


음흉한 자


웅크리고 앉아
먹이를 노리는 거미에게
음흉하다고 흉보지 마라
그가 아는 기술은
오직 한 가지
생존을 위한 방법뿐

더 많은 이들이
좋은 얼굴을 하고
모략을 꿈꾸고 있다
거미줄 없이도


 

 

 

 

 

 

 

 

 

 

 


이기심



골을 넣은 선수가

세상을 거머안은 듯이 뛰다가

꿇어 앉아 감사해 한다

자기에게만 넣게 해줬다고


콩 튀듯

그물에 걸린 생선 떼는

죽겠다고 악쓰는데

어부들은 입 찢어지게 즐거워하고



 

 

 

 

 

 

 

 



양두구육羊頭狗肉


"늑대가 나타났다!"

인간들이
늑대로부터
양을 보호 한단다

결국
양은 
인간들이 잡아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