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6

제 5장 인생은

와정보 2011. 4. 28. 00:50

싱거운 인생


보일러가 터졌다
물이 줄줄 흘러
바닥이 흥건한 걸 보니
갑자기 숙제처럼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어쩌나 어쩌나
결과는 뻔 한데도
속만 태운다

새로 갈아야겠다고
마음먹으니
고름 터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 

삶이란 거 
지나 보면 첫사랑처럼
그저 싱겁기만 하다















누구와 사는 게 행복 할까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자기밖에 모릅니다

상대가 잘 하는 걸 보고도 무관심 하다가

“나 이거 잘하지?”하고 물어도

“잘하긴 그깟 일을 가지고!”하며 핀잔을 줍니다


또 한 사람은

명문대와는 상관없지만 남 얘기 잘 들어주고

“당신은 참 잘해!”라는 말로

상대를 더 잘 하게 만듭니다


누구와 사는 게 행복 할까요



 

 

 

 

 

 

 

 

 




인생은


펴다 만 이부자리처럼
고달픈 일을 마치고
누워 쉬고 싶어도
아직 누울 수 없는 상태

뼈 다친 놈의 발길질처럼
힘없이 허공을 가르는 
가련한 외침

피다 만 꽃봉오리처럼
색도 향기도 분명치 않은 
쓸쓸한 그림



 

 

 

 

 

 

 

 

 




술은 늘 나를 신선으로 만든다


패인

옥그릇에 
향이 담기면

삶 가득
희망되어
천국에 서고

넘긴 술 
싸하게
녹아내리면

어느새
신선되어
눈웃음친다


 

 

 

 

 

 

 

 

 

 




불과 엊그젠데


동상凍傷 한 번 걸리지 않고
보낸 겨울을
우리는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함을 탓한다

더위 먹지 않고 보낸 여름을
우리는 감사해 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함을 빈정거린다

부엌 아궁이 군불에서
느티나무 그늘에서 보낸
냉난방 시스템이
불과 엊그제였는데


 

 

 

 

 

 

 

 

 

 

아름다움


외적인 아름다움은
십 년을 간다지만
그 세월 뒤로 갈수록
덜해만 가고

내적인 아름다움은
십 년을 가면서도
그 세월 뒤로 갈수록
더해만 간다




 

 

 

 

 

 

 

 

 

 


술친구에게


술 단내 싫지 않은 탁자에 앉아
기름 진 술을 부어 목을 적시면
어느새 눈웃음 친 미소 띄우니
하찮은 시름일랑 떨쳐버리고
저 구름에 신선되어 노닐어 보세

잘 짜여진 화문석 돗자리 펴고
친구와 잔 부딪혀 술을 마시면
취한 눈 마주보며 웃음 보내니
세상살이 괜한 욕심 잊어버리고
저 바람에 신선되어 노닐어 보세





 

 

 

 

 

 





고민苦悶


불쑥 찾아왔다
생각잖게 내밀던 
악수처럼

두고 갔다
반갑거나 말거나 놓고 간 
우체부처럼

헌데 
그 악수에 그 편지에 
고민스러워 했다

먹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계륵鷄肋처럼














복福 있다는 관상觀相에 대하여


관상을 말하려면

우선 그 이론을 인정해야 하니

그렇다 치고


복 있는 상相과 박복薄福하다는 상은

무엇을 말 하던가


복 있는 자

이는 편안하게 만족한 상태를 말하는데

큰 노력과 어려움 없이 

일생을 산다는 것은

무사안일 아니던가


그러나 세상은 

풍운아적 어려운 고통 속에서 

박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 가는데

자기만 안일하게 사는 이가 

복 있는 상이라면 

어찌 바람직하다고만 하리오


그러나 나는

그 구태의연하게 정해 논 상들조차 

믿질 않지만




 

 

 

 

 

 





운전 면허증


과일 따듯 묻는 소리
땄어 안 땄어

의자만 다니는데
부러워하고

어른을 상징하듯
재촉하는데

서두르면 곤란해
위반입니다

사람을 보면서도
쯩(증)만 보잖다


 

 

 

 

 

 

 

 




느티나무 정자에서 맞은 손님

 

 

정자에 오르기 전

환영의 물결

 

느티나무 매달린

사랑 열매에

 

쫓아가 안겨주는

앞 선 가슴들


 

 

 

 

 

 

 

 

 




고향 생각

 

 

가을벌레들 

풀피리 불면

나는 가고파

두고 온 고향


어릴 적 동무 

강아지 웃음

논밭 흙냄새

그리운 산천

 

별 반짝이는

달 밝은 밤엔

정자 아래서 

반짝 눈동자


시냇물 재잘  

이야기 하는 

거기 가고파

그리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