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광명은 너만의 자유다
장마 중에
두드려도 반기잖는
창(窓)인 줄 모르나봐
놀래키는 천둥소리
시냇물이 달아난다
잿빛이 미안한지
대신 들이 푸르러
물 마신 농부처럼
가로수가 환하다
닫힌 창 내다보며
가슴을 열어보니
헤친 구름 저만치서
푸름이 나를 본다
구름은 별을 감추지 않았다
속삭이듯
어둠이 흐느껴 오면
양 눈은 지푸라기 하나
구별해 내지 못하고
그저 밤을 원망 한다
구름에 가린 달은
보이질 않고
눈물 떨어지는 별조차
보이질 않는다
온통 까마귀 깃털 속 같은
어둠뿐이다
알 수 없는 내 가슴처럼
칠흑뿐이다
그러나
구름은 별을 감추지 않았다
내 마음을
옷이 감추지 않은 것처럼
편하다는 것은
너털걸음으로
길을 지난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털퍽 아무데나 앉아
편히 쉬어 보자
헌데 편칠 않다
왜 그럴까
내 모습이 흉할까
계산하고 있으니
광명은 너만의 자유다
어둠을 밀어내는
새벽 리어카처럼
빛이 밀려온다
그 빛은
닫힌 방 안에도
돌아앉은 등에도
무한히 안긴다
인사도
표정도 없는 얼굴로
원하든 말든
태어나게 한 것처럼
그렇게
광명을 받드는 일은
떠안긴
너만의 자유다
중년엔 성형 없이 그대로 살아라
아름다움 있습니다
그 때는 그 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아름다움 아닙니다
팽팽히 주름 없앤
오륙십 대 나이들은
저 산 언저리 나무
가을의 낙엽색을
누가 밉다 할까요
슬프면 울어야 하듯
늙어 가면 늙어감이
진정한 멋이거늘
나서지 마라
독립군 자손이라고 내세우지 마
네가 독립군이 아니니
역적 자손이라고 흉보지 마
그는 아니야
조상 벼슬을 자랑 마
지금이 중요해
부친의 빽도 이용 마
부당 경쟁이거든
가난한 이를 하대하지 마
받은 게 없어 그래
좋은 성적 우쭐대지도 마
조건이었어
하지만
안티는 더 꼴불견이야
제발 나서지 마라
병은 널 봐주지 않는다
네가 아무리
높은 명성을 떨쳤더라도
네가 아무리
고고한 학식을 갖았더라도
네 부주의로 인해
찾아오는 병을
어쩌지는 못하지
네 관리는
네 스스로 하고 살아야
어느 무명 여가수가
왜 자기 노래는
히트를 못 치는가 하고
불만을 해 댑니다
헌데 그의 모습은 중년이면서
노랫말은 늘
소녀 같은 사랑 타령만
불러 댑니다
불면不眠
들키면 안 되는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밤새도록
비가 내리면
예민한 범종 귀
잠 안 자고 열려져
빈 소리 색깔 없이
닫힐 줄을 모르고
밤은 언제였기에
덤벼 든 하얀 새벽
속눈썹이 두려워
실눈 벌린다
다른 가치
시든 화분을
값 조금 쳐주고 가져 왔는데
잘만 자라 준다
버린 듯 한 옷을 가져다 입었는데
즐겨 입는 옷이 되었다
남들이 별로라고 하는
여자를 얻어
횡재라고 느끼고 산다면
고양이가 준 메시지
어두운 골목에서
광채 나는 그와 딱 마주쳤어
그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돌아서 갔지만
떠나며 째려보던 눈길이
내 등에 소름 암호를 남겼지
다음 날
내 차 범퍼와 앞 유리를 지나
지붕을 이어 간 황토색 지문
자객을 데려 왔나
발자국이 넷이다
복권
널 가지면
세상을 다 얻는 거야
너만 잡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올인
헌데 너는 날 꼭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