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집2

제 1장 사려 깊은 사람

와정보 2011. 4. 27. 22:21

모기 보시布施

 

 

소리 없이 다가오면 몰랐었겠지


너무 급하다며 사이렌 소리로 오는 너는

정녕 배고파 죽기 직전이라 그러만 한가


가난한 줄만 알았던 나는 아직도

남들에게 줄 게 많은 사람이구나






 

 









행복幸福



시간도

들지 않는 것

돈도

들지 않는 것


또 다른

지혜로운 이의

최면



 

 

 

 

 

 

 

 

 




비아냥



바람이

토라져

뺨으로 가면


실쭉

따라간 입술은

귀 빗장을 걸고


스스로

여우처럼

눈을 흘긴다




 

 

 

 

 

 

 






취조



높은 담장의 철제문을 들어서

조그만 창문 하나 뚫어진 방에

싸구려 책상 하나 마주 앉아

서럽게 취조를 받았지


깡그렁 띵그렁 쇠막대 부딪는 소리

맹수 울음처럼 혹한 바람과 함께 들려오고

어깨뼈며 넓적다리며 가리지 않고

휘두르던 검정테이프 감긴 몽둥이


날 죽여 소문도 없이 내다버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라는 형사의 사악한 얼굴

불어라 불어라

뭐를 불라는 건지 암울한 시기


그 때 날 취조했던 담당 검사는

근래에 아주 높은 자리에 올랐다가

최근에 구속되고 말았지

불법을 저질러서


난 털끝만큼도 잘 못한 것이 없었어

내 마음에 상처만 남겨 논 채로






 

 







사려 깊은 사람



사람 사는 곳엔 늘 불행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수재로

눈사태로

그 어떤 지진 사태로


군인들의 총기사고로 인한

이야기 역시

상처에 소금 뿌린 듯

가슴이 아팠습니다


군에 보낸 가족들의 슬픔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 만은

허나

진정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야

알 수 있겠습니까


어느 날

자식 아이 친구들이

강아지처럼 집에 놀러 왔을 때

어른들 대부분은

자기 집을 동화 같은 행복함으로 보여주려 애쓰는 것에 힘을 쓰지만

그러나 그것은 혹 불행한 아이가 있을 경우

행복하지 못한 그 아이 자신과 비교되어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듯 세상은 내 위주로만 살아도 아니 됩니다

무심코 나만 즐거운 날

잘생긴 좋은 과일에 손이 가다가도

남 불행하다는 소식 접한 땐

천천히 살펴

오히려 흠집 난 과일을 집게 된다면

분명 그는 사려 깊은 사람입니다






 

 

 

 

 

 

 

 

 

 

 







회생



진홍색 꽃잎

땅 위에 뿌려지며

왕잠자리 전봇대에

부딪고 추락했다


하늘이 빙빙

헤갈을 쳐 댈 때

흐느낌 구슬피

여운을 남긴다


만장기 가다말고

멈춰 서 기다리고

만삭된 임산부가

그 자릴 앞서 간다


같이 가던 저 달

뒤 돌아 기다리고

떨어진 은행잎은

숨 죽여 나를 본다


누운 고개 눈물

사십 인생담아

국수처럼 하염없이

뺨을 타고 내리는데


울음 반 웃음 반

피눈물로 세수한 낯

흰 베게 띄워놓고

질문에 빠져 든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이던가

삶 지고 누운 병상

가슴마저 비었구나







 

 

 

 

 

 

 

 

 






한민족 후예들아!



광개토 제帝의 후손이면서

그 너른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화랑의 후손이면서

그 많은 산을 올라보지 못했다


장보고의 후손이면서

그 망망대해를 건너보지 못했다


조상의 숭고한 예와 덕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화를 이어받은 후예들아!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

어디로 가려느냐!

빛나는 조상이 내려다보는 것이 느껴지지 않더냐!


남들이 다투고 싸울 때

그 잘잘못은 쉽게 지적해 주면서도

자기의 일에만은 아집으로 일관하려는

편협함을 버리지 못하는 아我들

과거를 말할 때에도

“그렇게 하면 안 되었다.”하면서도

다시 우愚를 되풀이 하는 현실


과거와 현재를 보는 시각의 다름은

임진왜란을 겪고도 한일합방을 당한 것 같고

육이오 변란을 겪고도

재란再亂을 또다시 만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리오!


대한민국!

우리는 지금 어디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

나만 있고 너는 없는 속에서

역사의 좀벌레가 되고 있는지

떳떳한 조상이 되고 있는지

각자 자신들에게 묻고

더 큰 조국을 바라는 눈으로 살아갈 수는 없겠는지






 










무의식(비 온 뒤에)


누가

발자국도 없는

그림자 같이

다녀갔는지

나는 몰랐네


언제

하늘이 머물러

빗물로 땅에

도리깨질을 해댔는지

나는 몰랐네


시계 초침 소리

헐거덕 숨 넘어 가고

가을 귀뚜라미

윤창을 해대도

나는 몰랐네


나무라게나

부처 실눈 따라간

내 얼을

눈 밖에 난

내 혼을


 

 

 

 

 

 

 

 




산 7번지



책갈피 낙엽처럼 추억 한 장 떨어지면

내려 보던 언덕배기 한강이 되 보인다


각 진 국민학교운동장이 담을 치고 앉은 곳

아이들이 꾸역대고 음식 먹는 입처럼

줄줄이 끝도 없이 교문을 들어설 때면

강물처럼 소리 없이 감정을 내리던 곳


무너진 축대처럼 헝클어진 인생들

전봇대 울며 잡고 설운 눈물 흘릴 때

작은 아이 불행하던 그 집 산 7번지

아직도 흑백영화처럼 내 속에 남아 있다







 

 

 

 

 

 

 



실루엣



내 밖에 든 너는

또 다른 나


감추고 싶은 속내의

치사한 변명


세세함을 가린

숨겨진 눈동자


그러면서도

숨길 수 없는 나




 

 

 

 

 

 

 

 



가을 화상畵像



내 눈더러 화폭이 되 달라며

저 혼자 그림을 그려 가는 가을은

고집쟁이 화가다




 

 

 

 

 

 

 




지적指摘



순간의 내 행동이

너 따위 정도에게 밉게 보인 건

그나마 다행이었지


진정으로 좋아할 사람 앞에선

교훈으로나마

그런 실수는 절대로 보이지 않을 테니까





 

 

 

 

 

 





작다고 얕보지 마라

  

양수, 일, 십, 백, 천, 만 000 억 000, 조 000, 경000
해 000, 자 000, 양 000, 구 000, 간 000, 정 000, 재 000, 극 000
항하사 000,000, 아승기 000,000, 나유타 000,000, 불가사의, 무량대수

음수, 백만 분의 일을 마이크로
그 보다 거기서 더 작은 단위로 1천분의 1이 더 작은 단위를
10억 분의 1이 나노, 그리고 다시 1조 분의 1을 피코,
1000조 분의 1을 펨토, 100경분의 1을 오토

작은 창에서 보이는 별이라고 작게 보지만
태양이 여의도라면 지구는 자동차 만한데
그런 태양보다도 큰
지구 질량으로는 계산도 못하는 크기일 수 있지

그러니 신체 작다고 얕보지 마
작은 주먹에도 울분은 있고
작은 가슴에도 우주 같은 야망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