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이 싫다
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요즘뿐만이 아니라 나이 들어서는 산에 오른 기억이 아예 없다.
그건, 군대생활하면서 거의 산 속에서 살다시피 고생을 했고
행군도 100Km 서너 번에 320Km까지 해 봤으니
군장을 메고 행군과 산을 오르는 일이라면
생각만으로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소속했던 대원 제대자들의 끝 인사가
제대 후에는 산 쳐다보고 오줌도 안 누겠다였으니..~
한번은 폭파 전담할 당시
어느 산(?) 산병호 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멀리 산 아래 미군부대 술집 거리가 눈에 들어오며
술이 나를 자꾸 부르는 것만 같았다.
군대가 사람을 또라이로 만든다고
그래서인지 갑자기 객기가 생겨나
걸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해하는 조수를 살살 꼬드겨서
산 아래 미군들만의 동네 술집 빠에 들어갔었다.
한국인에게는 안 판다는 술을 겨우 땡깡을 부려 달래서
2홉 자리 군용 작은 맥주병을 미군 스타일이라는
안주 없이 병 채로 몇 병인가 마시고는 나왔는데
왜 그랬는지 기억엔 없고,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그 거리에서 결국 미군들과 싸움이 나고 말았다.
나와 조수 둘이를 고목 같이 커다란 흑인 병사들이 삥 둘러싸서는
우리를 조그만 아이 내려다보듯이 보면서 뭐라 씨부리고~
난 나대로 우리말로 막 큰소리 치고..~ ㅎ
아마도 거지같은 군복에 모자는커녕 계급장도 없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을 미군들이였겠지만
그래도 미국인이라는 그들 나름대로의 우월감이 더해져
서로 간에 폭발 직전까지 갔었으니..
어찌 사태가 겨우 수습이 되고, 나는 씩씩거리면서 다시 산으로 오르는데
조수가 뒤따라오면서, 만약 정말 싸움이라도 났더라면 어쩔 뻔했냐고 궁시렁 거린다.
자기는 간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면서 왜 그리 겁이 없냐고..
“뭐 그 새끼들 한 번 붙으면 붙는 거지 뭐!”
말은 호기 있게 건방을 떨면서도 사실 속으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이탈에, 술까지 마시고, 미군들과 싸움까지 했다면 바로 영창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군 생활을 개망나니 같이 한 건 아니다.~
6개월쯤 남겨두고 부대 내에서 최고의 수치였다는
잘 했다고 주는 정식 포상 휴가를 6번이나 얻었었으니...
나름대로 주어진 일에는 충실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아무튼 내 머릿속의 산은,
산에서 폭파를 하다가 죽을 뻔 했던 일 등의 좋지 않았던
그야말로 수많은 산 속의 험난했던 경험들이 튀어나오며
제대 후 사회에 나와서까지
사서 고생하러 가느냐는 의식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금의 산이 싫은 건 또 다른 이유에서다.
큰 사고 후유증 인지
재작년인가 어깨에 이상이 생겨 작년까지 치료를 받는 등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는데 작년엔 어찌 무릎에 이상이 오더니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물론 걷는데도 통증이 오는 등 여기저기
몸이 세트로 데시를 해 온다.
그러니 요즘에 산 싫은 건 과거의 경험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젠 체력이 뒷받침 하지 못해서 못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