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칼럼 1

감격, 웅변, 교훈 조의 글은 시가 아니라는 말에 대하여

와정보 2010. 1. 23. 20:05

감격, 웅변, 교훈 조의 글은
시가 아니라고 단정해 놓은 글을 보았기에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원망, 그리움, 사랑만 시인가?
라고 먼저 되묻고 싶어진다.

산문이 뭔가?
형식 없음을 뜻한다.
그렇듯이 시란
그런 형식 없는 글로부터
서사, 서정, 극 등
그 모두를 망라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아마도 시를 배우는 초보자들에게서
아포리즘 격의
짧게 쓰인 격언 류 같은
시 같지 않은 글들을 대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던 것이라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무튼
시를 그렇게 너무 쉽게 공식처럼
구분한 것은 모순일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그 말대로 그런 것들이 시가 아니라면
한용운님의 글 속에 담긴 그 많은 교훈적 물음들은
그럼 다 시가 아니란 말인가.
또, 잘못된 정치인들을 깨닫게 꾸짖는
김지하님의 "오적" 같은 시는
시인이기에 그야말로 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교훈적, 감격적, 웅변적인 글이 아니고 뭐며
박노해 시인의 노동자들에 대한 아픔을 대변하는 시들 역시
잘못된 사회에 대하여 저항하자는 가르침 즉 교훈이지 않고 뭐란 말인가.
그러므로 그 이외에도 수 없이 많은 유명한 시인들이 써 놓은
교훈적인 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일일이 나열하고 싶지도 않다.

과거 라오스의 폴포트 등 독재 정권들이 들어설 때
제밀 먼저 잡아죽인 사람들이 시인 등 지식인이었던 것은
그들이 써 낼 잘못된 지적을 시나 글로써
대 국민적 훈계(국민들을 상대로 깨닫게 하려는)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겼던 암울한 시기,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순수 시만을 고집하며 써 댄 시인들을
그리 높이 치지 않는 것 또한
필요시, 서정시는 저항시가 되고
잘못을 고발하는 시가 되며
깨닫게 하려고 가르치려는 시인들이 있었기에
이만한 민족이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니던가. 

결론적으로
시에는 특정한 공식이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어느 하나를 단정하듯이 선을 그으면 안 된다.
편협된 사고는 더욱 안 된다.

결국 시란 어느 누구에게든
공감을 주고 감동을 주면
그것으로써 조건은 갖는다고 본다.

오히려
짧은 글 속에 내재해 있는
시의 교훈적 가치!
그것이야말로
시 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큰 매력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